"조선에 '여사(女史)'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배우 신세경과 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가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MBC는 17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에서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극본 김호수, 연출 강일수 한현희)의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신세경, 차은우 이지훈, 박기웅, 박지현과 연출을 맡은 강일수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의 로맨스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솔로몬의 위증’의 김호수 작가와 강일수 감독, 한현희 감독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타이틀 롤 구해령으로는 신세경이 나선다. 여기에 '얼굴 천재’로 주목받고 있는 차은우가 남자 주인공인 왕자 이림 역을 맡아 데뷔 후 첫 사극에 도전한다. 또한 박기웅이 왕세자 이진 역으로, 이지훈이 조정 실세 좌의정의 아들 민우원 역으로, 박지현이 강요된 현모양처 대신 여사의 꿈을 꾸는 송사회 역으로 출연한다.
강일수 감독은 작품 기획 의도에 대해 "19세기 초 과거를 통과한 구해령을 비롯한 네 명의 여인들이 궁궐로 들어가 사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여자가 과거를 볼 수도 없고, 관직에 오를 수도 없는 삶이었는데 한 명의 지혜로운 왕세자의 노력으로 그런 기회가 주어졌고, 네 명의 여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중종 실록 14년, 동지사 김한국이 중종에게 '여사’를 제안한다"며 "중종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라 왕권이 약했다. 신하들이 왕권을 압박하려 '여사' 제도를 제안했는데 중종은 '요즘 여인들은 글을 모른다’는 핑계로 '여사’를 거절한다. 그때 '여사' 제도가 조선에서 시행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은 조선이 100년의 암흑기로 들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그때 조선에서 변화가 있었다면 젊은 사람들이 바깥에 대해 눈을 뜨고 서양의 기술 문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조선이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여사’라는 콘셉트로 출발하게 됐다"며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조선의 젊은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이야기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드라마다"라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 이후 국내에서 여권 신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 '신입사관 구해령'의 소재 자체가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 강일수 감독은 "7~8년 전에 '전우치'라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중종실록의 '여사’에 대한 언급을 보면서 생각하게 됐다"고 한번 더 밝힌 뒤 "어쨌든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와 주장이 신장되고 있는데 조선은 그런 걸 전혀 볼 수 없던 사회였다. 그 사이 현장에서 여성 스태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대신에 저는 불편하다. 그 친구들에게 말도 함부로 못 하고 목소리를 낮춰서 부른다. 또 자신의 의견들을 제안한다. 그래서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선 시대에 '여사’들이 있었다면 고루한 대신들도 처음에는 열 받아도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강일수 감독은 차은우와 신세경에 대한 강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먼저 그는 차은우에 대해 요즘 드라마도 많고 캐스팅이 힘든 상황인 건 다들 아실 텐데 힘든 상황에서 차은우에게 먼저 제안했고, 본인이 우리를 직접 만나러 와서 '감독님 촉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하자고 했다. 자기의 나이, 연기 경력을 볼 때 충분히 잘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경 씨는 촬영하면서 더 이상 다른 구해령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거의 동일시됐다. 치마를 입고도 말보다 빠르게 달린다. 그래서 자꾸 뛰게 만들게 된다. 기본적으로 구해령을 잘 이해하고 있고 터프하다. 다른 누구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본인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은우와 신세경 또한 서로의 호흡을 강조했다. 차은우는 신세경과의 호흡에 대해 "누나, 선배님과 만나고 리딩하고 현장에서 연기할 때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누나가 저를 배려해주는 게 느껴지고 많이 옆에서 배울 수도 있었다. 구해령에 찰떡이라는 생각을 매번 들게 한다. 호흡 너무 좋게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경은 "저희 드라마를 통해 보실 수 있는 게 외적인 합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많다. 저희는 캐릭터로서의 합을 맞추기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일단 저 역시 (차은우가) 캐릭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 전에 다른 사극들을 할 때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사극이라면 이럴 것이다’라고 느끼는 전형적일 수 있는 지점들을 말끔하게 날릴 수 있고, 참신하고 새로운 지점을 이 드라마에 심어줄 수 있는 친구"라고 차은우의 캐스팅을 칭찬했다.
박기웅, 이지훈, 박지현 등도 주목할 만한 배우다. 이지훈은 '육룡이 나르샤' 이후 오랜만에 만난 신세경을 언급하며 "일단 서로 나이 앞자리가 달라졌다. 저 또한 그때는 20대였고 이제는 30대였다. 제가 열정만 있고 패기만 있을 때 세경 씨를 만났다. 그때도 세경 씨는 저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저를 현장에서 오히려 잘 챙겨줬다. 지금 다시 만나서 너무 좋고, 편안하다. 제가 세경 씨를 만나서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세경 씨는 그때도 이미 성장해 있었다. 그래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박지현은 "사희가 가장 어린데 다른 여사들과 비교했을 때 도도한 역할이다. 그래서 어떤 수식어를 원한다기보다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세경 언니를 포함한 나머지 두 권지와 함께 저희가 여사관인데 나잇대가 다 비슷하고 성격도 다들 좋다. 또 세경 언니가 워낙 잘해주셔서 현장에서 4명의 분위기가 다 좋다. 재밌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서 '워맨스' 면모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사희라는 아이도 처음에는 예문관 안에서 여사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고 동떨어져있다고 극 초반에는 느낄 수 있을 텐데 점점 공동체감을 느끼면서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워맨스'를 자부했다.
박기웅은 "사극 안에서 무게가 있고 군주라고 일컬을 수 있고 자기의 소리를 내는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 사극에서는 자기의 목소리를 못 내는 캐릭터가 많은데 제 캐릭터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보니 우리 작품이 하려는 얘기를 대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강일수 감독님이 사극의 대가시고, 한현희 감독님도 사극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시다. 활도 잘 쏘시고 말도 잘 타신다. 고증에 관해서는 항상 여쭤본다. 감독님 두 분 믿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악역 아닌 작품의 승률에 대해 저쪽에서는 사랑하는 봉태규, 이기우, 박진희 선배님이 작품을 하고 또 손현주 선배님도 작품하신다. 그런데 저희가 시간대도 다르고 작품 자체의 색깔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쪽 작품들이 정확하게 모르지만 대충은 아는데 저희 작품은 유일하게 사극이고 작품 작체의 색채도 밝고 하고 싶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형들, 선배님들에게 이번 시청률은 저희가 가져가겠다"며 웃었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오늘(17일) 저녁 8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