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관 구해령' 신세경→차은우, 조선왕조실록에서 시작된 만남(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7.17 17: 54

"조선 중종 실록에 '여사(女史)'에 대한 언급을 보고 이 작품을 떠올렸습니다". 배우 신세경과 보이그룹 아스트로 차은우가 '신입사관 구해령'의 남녀 주인공으로 만났다. 21세기 한국의 시대상을 담은 퓨전 사극이 정반대인 과거 조선에서 시작됐다.
17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극본 김호수, 여출 강일수 한현희)의 제작발표회가 치러졌다. 이에 주연 배우 신세경, 차은우, 박기웅, 이지훈, 박지현과 연출을 맡은 강일수 감독이 참석해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의 로맨스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솔로몬의 위증’의 김호수 작가와 강일수 감독, 한현희 감독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타이틀 롤 구해령으로는 신세경, 남자 주인공인 왕자 이림 역에는 차은우가 나선다. 여기에 박기웅이 왕세자 이진 역으로, 이지훈이 조정 실세 좌의정의 아들 민우원 역으로, 박지현이 강요된 현모양처 대신 여사의 꿈을 꾸는 송사희 역으로 등장한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새 수목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가 열렸다.배우 박기웅, 차은우, 강일수 감독, 신세경, 이지훈, 박지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sunday@osen.co.kr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새 수목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가 열렸다.배우 박기웅, 차은우, 신세경, 이지훈, 박지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sunday@osen.co.kr
강일수 감독에 따르면 드라마는 19세기 초 과거를 통과한 구해령을 비롯한 네 명의 여인들이 궁궐로 들어가 사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조선 사회는 여자가 과거를 볼 수도 없고, 관직에 오를 수도 없는 삶이었는데 한 명의 지혜로운 왕세자의 노력으로 그런 기회가 주어졌고, 네 명의 여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이야기라고.
이와 관련 강일수 감독은 "7년 전 '전우치'를 기획하며 실록을 뒤지던 중 이 같은 기획을 생각했다"며 "중종 실록 14년, 동지사 김한국이 중종에게 '여사’를 제안한다. 중종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라 왕권이 약했다. 신하들이 왕권을 압박하려 '여사' 제도를 제안했는데 중종은 '요즘 여인들은 글을 모른다’는 핑계로 '여사'를 거절한다. 그때 '여사' 제도가 조선에서 시행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그리고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은 중종 때가 조선이 100년의 암흑기로 들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그때 조선에서 변화가 있었다면 젊은 사람들이 바깥에 대해 눈을 뜨고 서양의 기술 문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조선이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여사'라는 콘셉트로 출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데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실록의 1차 자료를 기록하는 게 사관들이다. 이 사관들이 과거를 통과한 젊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8명이 예문관에 존재한다. 이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정치 현장에서 기록하는 일도 하지만, 집으로 가면 또 다시 낮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면서 사초를 쓴다. 그리고 사초를 쓸 때 '사관은 논한다'면서 자신의 평을 쓴다. 왕이 어떻고, 대신이 어떻고. 그래서 임금은 사관의 존재를 궁금해 한다. 또 자기에 대해 어떻게 기록해 한지 궁금해 한다. 권력은 늘 사초의 내용을 궁금해 하고 사관들은 그걸 경계한다. 그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과 왕을 견제하는 대신과 감시하는 사관의 팽팽한 관계에서 지금의 정치를 반추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료에 기댄 작품이지만 '신입사관 구해령'의 이야기는 현재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미투' 인동 이후 여권 신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풍경이 진취적인 여성 구해령의 모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 
이에 강일수 감독은 "몇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와 주장이 신장되고 있는데 조선은 그런 걸 전혀 볼 수 없던 사회였다. 그 사이 현장에서 여성 스태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대신에 저는 불편하다. 그 친구들에게 말도 함부로 못하고 목소리를 낮춰서 부른다. 또 자신의 의견들을 제안한다. 그래서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선 시대에 '여사'들이 있었다면 고루한 대신들도 처음에는 열받아도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작품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아온 신세경은 구해령 역에 적임자였다. 강일수 감독은 "신세경 씨는 촬영하면서 더 이상 다른 구해령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거의 동일시 됐다. 치마를 입고도 말보다 빠르게 달린다. 그래서 자꾸 뛰게 만들게 된다. 기본적으로 구해령을 잘 이해하고 있고 터프하다. 다른 누구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본인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세경 또한 "처음에 말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면들을 어떻게 옮기고 그려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구해령이란 인물 자체가 시대상에 걸맞게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라 현대에 있는 나 자신을 쏙 뽑아서 조선 시대에 옮겨놓은 것 같은 인물이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면모나 그림에 어우러지지 않더라도 엉뚱하고 비뚤어진 모습이 구해령 자체라고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 촬영하면서부터 어찌 보면 시대와 캐릭터가 불협화음으로 보일 수 있는 그림들이 이 캐릭터 자체가 나타내고자 하는 면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오늘(17일) 저녁 8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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