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퀴즈 하나. 한국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한 이래 최하위를 가장 많이 기록한 팀은?
선뜻 짐작이 가지 않겠지만,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1983년에 처음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뒤 모두 8번이나 맨 밑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낯뜨겁게도 최하위 4연패(이 기록은 아직도 유일하다)도 달성했다. 반면 롯데와 더불어 출범 이후 창단 때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이(有二)’한 팀인 삼성 라이온즈는 단 한 번도 꼴찌를 경험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롯데가 올해 이런 불명예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런 기록을 들추어낸 것은 망신을 주거나 비아냥거리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다. 흔히 말하는 ‘구도(球都) 부산’의 열성적인 팬을 보유하고도 ‘도대체, 왜 롯데 야구단은 40년 세월이 흐르고도 여전히 개선이나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하는 소박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유감스럽게도, 롯데는 올스타 휴지기를 앞둔 7월 18일 현재 선두에서 독주하고 있는 SK 와이번스와 무려 28.5게임이나 뒤진 최하위다.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해 도저히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 속에 깊이 빠져있다. 참담한 성적표다. 양상문 감독이나 구단 프런트 모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하는 상황이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이런 추세로 남은 50게임을 치른다면, 최다 꼴찌 불명예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롯데 구단의 근시안적인 구단 운영을 꼽는다. 롯데는 그동안 모두 8차례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이는 툭하면 감독을 무 자르듯이 갈아 치웠다는 얘기다. 시즌 도중에 감독을 경질했다는 것은 감독 인선이 애초에 잘못됐거나 구단이 선수단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KBO리그 흥행의 한 축을 무너뜨린 롯데 구단의 ‘악순환’ 문제를 다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런 진단은 구단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전임 감독의 시각이 효과적일 수 있다. 강병철(73) 전 롯데 감독은 롯데 구단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1984년과 1992년에 팀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그의 눈에 과연 ‘현재의 롯데’는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을까.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강병철 전 감독은 “구단을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사람이어서 구단 속사정을 알 수 없어 조심스럽다.”는 것을 전제로 말문을 열었다.
-롯데가 죽을 쑤고 있다.
“딱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는데, 성적이 나쁘면 여러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양상문 감독이 팀 리빌딩을 한다고 했는데, 우선 투수력이 안 됐다고 본다. 타력이야 좋은 상대 투수가 걸리면 시원찮고, 그렇지 않으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수력은 안정선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핵심 타자인 이대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드높다.
“이대호나 손아섭 같은 선수에 대한 ‘2군행’을 놓고도 말들이 많은데, 그것은 이대호의 과거 성적이 좋을 때보다 기대에 못 미치니까 나온 얘기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대호의 성적이) 2군에 갈 정도로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대호가 30홈런, 100타점을 넘어야 하고 타율도 3할 4, 5푼이 돼야 당연하다고 기대했는데, 못하고 있으니까 비난하는 것이다. 밖에서 떠도는 얘기지만 심하다.”
-이대호에 대한 의존이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있겠다. 마땅한 대체자원도 안 보인다. 특히 포수 부분의 취약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올해의 롯데다.
“과거에 베스트가 됐을 때 강민호라든지, 떠난 선수가 많았다. 이종운, 조원우 등 젊은 감독들을 선임한 뒤 1, 2년도 못 돼 갈아치웠다. 그들을 선임할 때 사람들이 의아해했는데, 기왕 그랬으면 달라져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구단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양상문 감독은 예전에 떠날 때 ‘구설’을 낳았다. 그런데 롯데 구단이 다시 불렀다.
“양상문 감독을 선임할 때도 구단이 치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 한번 써보고, 안되면 바로 바꾸고, 이런 구단 운영이 제일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전준우도 올해 시즌이 끝나면 FA로 알고 있는데, 과거에 강민호도 그냥 나갔고, 내용은 모르겠지만 강민호를 잡지 않았다면 장성우라도 붙들어야 하지 않았는가. 아무 대책이 없었다. 지금 롯데 포수들은 ‘제 공 잡고 플레이하기조차 바쁜 데’. 당장 내년에도 ‘엎어 치고 메치더라도’ 캐처를 앉혀놓아야 할 게 아닌가. 원바운드도 아닌데 공을 놓치는 선수를 앉혀놓으니 이길 수 있나. 코칭스태프도 그렇다. 경력 있는 코치도 있어야 하고, 이대호 같은 선수도 어떤 코치가 말하면 잘 따른다든지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심 선수를 잘 관리하는 것은 팀을 꾸려가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감독이 주축 선수들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대호의 성향은 구단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호는 후배들하고 잘 어울리는데 모든 것을 이대호한테 다 엎어서 비난하는 것은 개인 생각으론 ‘책임 전가’다. 그럴 바엔 (이대호를) 2년 전에 왜 잡았나. 이대호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다 아는데. 그렇다고 당장 이대호와 계약을 취소하고 자른다고 팀이 잘될 것인가. ”
-다시 포수 얘기지만, 포수로 인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여러 일이 많았다.
“수비가 안 되니 어쩌니 해도 그 중심에는 포수 문제가 제일 크다. 구단은 그런 상황을 뻔히 알 것이다. 그걸 모른다면 사장과 단장이 큰 문제다. 지금 롯데 포수들은 실적도 없는 선수다. 그들에게 잘하라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저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 2006년에 감독을 할 당시 강민호는 캐칭도 제대로 안 됐지만 쓸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해야 한다.”
롯데 구단은 올 시즌을 완전히 포기하더라도 늦었지만 원점에서 구단 운영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양상문 감독의 섣부른 경질 소리도 높다. 양상문 감독에 대한 성토는, 결과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감독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노릇이다.
롯데 구단이 손을 놓고 이런 상태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민심이반이 너무 심각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