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도 1999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렇기에 우승을 향한 갈망은 어느 팀보다 간절하다. 그러다 보니 롯데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13년 만에 롯데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1월 취임식 때 김창락 대표이사, 이윤원 단장, 이대호, 손아섭과 한 줄로 나란히 선 채 손을 맞잡은 뒤 "이로써 우리는 한 마음이 됐다. 나아갈 길은 딱 하나다. 모두가 알 것이다. 그 길을 향해 같이 걷자"고 말했다.
그는 "어느 팀 감독이든 목표는 분명하다. 부산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큰소리치지 않겠다. 차근차근 올라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롯데 감독이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팀 구성이 약하지 않다. 해볼 만하다. 그리고 해보고 싶다. 인생은 부딪쳐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롯데는 34승 2무 58패(승률 .370)로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쳤다. '웃음 후보', '개그 야구' 등 각종 조롱이 쏟아졌고 건전한 비판이 아닌 도를 넘는 인신 공격성 기사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성적 부진과 거센 비난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구단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상문 감독의 자진사퇴 요청을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강한 원 팀(One Team)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기대에 많이 부족했고 책임을 통감한다. 이번 일로 선수단 분위기가 반전돼 강한 원 팀(One Team)으로의 도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양상문 감독의 말이다.
이윤원 단장도 양상문 감독과 함께 책임을 지기로 했다. 구단 측은 "이윤원 단장은 반복된 성적 부진에 '프런트가 먼저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구단 측은 "팬 여러분에게 재미있고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매우 부진한 성적으로 열성적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임은 앞으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매우 불행한 일이다. 대오각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상문 감독이 물러난 뒤 공필성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롯데는 2010년 이후 양승호, 김시진, 이종운, 조원우, 양상문 등 5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평균 2년이 안된다. 모두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마치 최신형 휴대폰이 출시되면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손쉽게 바꿔 버리는 모양새와 흡사하다. 계약 기간을 채우기는커녕 파리 목숨과도 같은 롯데 사령탑. 역시 독이 든 성배였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감독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 선수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또 수 년간 비선 실세로 불리던 일부 실무 책임자도 성적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