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향심과 의지로도 역부족이었던 것이었을까.
양상문 감독은 19일, 구단을 통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해 10월 19일, 양상문 감독의 선임이 발표된 뒤 정확히 9개월 만이다. 지난 2015시즌부터 자리를 맡았던 이윤원 단장도 함께 사퇴했다. 전반기 최하위인 롯데의 성적에 책임을 졌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005년 롯데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 14시즌 만에 롯데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첫 감독 선임 당시 초보 감독이었지만 1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양상문 감독은 코치와 감독, 해설위원, 그리고 단장까지, 재야와 현장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다시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부임 직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까지 취재를 하면서 지켜본 양상문 감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고향팀이자 친정팀을 명가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현장의 지휘관은 고독했다. 홀로 싸워야 했다. 양상문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녹아들게끔 안간힘을 썼지만, 구단의 지원은 현장의 뜻과는 달랐다. 구단의 운영 능력 역시 자신이 과거에 맡았던 롯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그렇게 현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현장에서 커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한계가 있었다.
물론, 성장을 자신했던 젊은 선수들의 지지부진한 성장 속도는 현장의 선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현장의 책임일 수 있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구단도 책임에서 온전하지 못하다.
결국 양상문 감독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과 구단의 마찰은 조금씩 드러났다. 이 갈등의 차이를 좁히기에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많이 멀어져 있었다.
약 한 달 전, 양상문 감독은 기자와의 자리에서 “내가 여기 잘 해보겠다고 온 건데…”라고 나지막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풀리지 않는 구단과의 갈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단 한 마디이기도 했다. 당시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교체 건으로 다소 어수선할 시기였다.
이후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반전은 없었다. 양상문 감독은 쓸쓸하게 롯데 감독 자리에서 두 번째로 물러나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양 감독은 마지막까지 부산 롯데팬들을 챙겼다. 그는 "큰 목표와 포부를 가지고 롯데 야구와 부산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임했으나 부진한 성적이 죄송스럽고 참담하다. 팀을 제대로 운영하려 발버퉁 쳐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은 내가 책임을 지는 게 팀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야구장에 와주신 팬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 특히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어린이 팬의 얼굴이 마음이 남는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한편, 롯데는 공필성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해 후반기 시즌을 준비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