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가 보다 단단해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뼈를 때린 명품 일침이 있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DK E&M)에서 박무진(지진희)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운영한지 이제 겨우 8일. 권한대행 자격이 없다며 사임을 얘기하던 첫날과 달리 박무진은 그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변화해왔다. “과학고 출신은 다르네요. 학습 능력이 대단해요”라는 청와대 대변인 김남욱(이무생)의 말대로, 박무진의 빠른 습득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를 결정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청와대 조력자들의 날카로운 일침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박무진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며 공감하는 이유는 이 명품 대사가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시민의 책무를 다하고 60일 뒤엔 학교로 돌아가겠다던 박무진의 권력 의지를 일깨운 결정적 한 마디는 아내 최강연(김규리)으로부터 나왔다.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만든 소요사태로 인해, 한 탈북민이 구치소에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남편의 위치 때문에 자신을 보는 눈이 많아졌고, 그래서 인권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에,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안 한거야. 할 수 있는 자리에서”라고 자책한 최강연. 박무진 역시 자신을 돌아봤고, 책무만 다하겠다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주승(허준호)을 해임하면서까지 대통령령을 발령해 폭력사태를 진압한 이유였다.
‘정직’하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신념이 만든 딜레마 역시 리더의 조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박무진이 생방송 인터뷰 중 국회의사당 테러 당일 환경부 장관에서 해임되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했고, 이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부추겼기 때문. 이런 사태를 예견한 차영진(손석구)은 박무진에게 “대행님은 전쟁터에 나가서 자기 칼이 더럽혀질까봐 두려워서 맨손으로 싸우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신 겁니다”라고 일갈했다. 정치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신을 위해 일하는 청와대 스텝들과 국민 모두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의 변화는, 그를 이기는 리더로 나아가게 했다.
지난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먹먹한 감동과 깊은 잔상을 남긴 전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의 위로. “슬픔이든 죄책감이든 분노든, 도망치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고 박대행의 책임을 다하는 것, 살아남은 자의 몫은 그렇게 다하는 겁니다.” 자신이 테러범이라 주장한 전 북한 고위급 인사 명해준을 생포하는 과정에서, 707 특임단 지휘관 장준하(박훈) 소령이 희생됐고,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자책하는 박무진을 향한 다독임이었다.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그저 기적이나 행운이 아님을, 그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이라는 걸, 안타까운 희생으로 아프게 깨달은 박무진. 더욱 단단해진 성장이 기다려지는 대목이었다.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 오늘(22일) 월요일 밤 9시30분 tv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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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0일, 지정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