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을 맡은 작품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신성록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창의적으로 미쳐버린 디자이너 서이도 캐릭터를 통해 로맨스와 브로맨스, 차가움과 따뜻함을 오갔고, 마지막에는 오직 순수한 사랑만을 생각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하나의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배경에는 신성록의 연기 내공이 있었다.
신성록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가 추가됐다. ‘죽어야 사는 남자’부터 ‘리턴’, ‘황후의 품격’까지, 주연을 맡은 작품을 세 번 연속 히트시키면서 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온 신성록은 ‘퍼퓸’에서 연기한 서이도마저 인생 캐릭터 열전에 올려놨다.
신성록이 연기하는 서이도는 일반적인 캐릭터와는 다르다. ‘창의적으로 섬세하게 병들어 버린 파워 관정 패션 디자이너’라는 캐릭터 설명이 모든 것을 표현해준다. 독창적이고 창조적이며 심오한 내면 세계를 가진 예술가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 수려한 비주얼과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각종 결벽증과 강박증을 앓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다.
당초 서이도는 신성록의 것이 아니었다. 에릭, 김지석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해당 배우들이 모두 고사하면서 신성록이 서이도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캐스팅에 관한 이슈가 ‘퍼퓸’ 초반을 지배했지만 김상휘 PD는 “서이도 캐릭터가 참 어렵다. 까칠하고도 허당스러운 캐릭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다 신성록이 떠올랐다. 적합하다”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밝혔다.
까칠하고도 허당스러운 캐릭터를 잘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신성록이었다. 신성록 만큼 양면성이 짙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배우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허당끼 많은 강호림을 연기했다가도 ‘리턴’에서는 ‘악벤져스’의 한 명인 오태석으로 분했다. ‘황후의 품격’에서는 대한제국의 황제 이혁을 연기하며 극강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퍼퓸’에서 신성록은 서이도라는 캐릭터의 다양한 매력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비주얼은 물론 말투까지 무뚝뚝하고 차가운 천재 디자이너로 완벽하게 변신해 시청자들에게 극과 극 온도를 선사했다.
그 속에서도 허당끼도 잊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가 허당스러운 매력까지 있으니 미워할 수 없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가까운 서이도지만 각종 결벽증,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했다. 신성록은 그런 캐릭터로 분해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차갑고, 무뚝뚝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캐릭터지만 유독 민예린(고원희)에게는 점점 빠져들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면서도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잘 대해주는 모습은 ‘츤데레’ 매력으로 와닿았다. 유쾌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그려내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로맨스 연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퍼퓸’에서 나오는 모든 로맨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지나(차예련)과는 옛 연인, 민재희(하재숙)과는 첫사랑, 민예린과는 현재의 사랑을 보여줬다. 잘난 맛에 사는 캐릭터가 한 여자에게 빠져들고, 그 여자가 과거 첫사랑 하던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모습까지. 신성록은 그 과정을 그려내면서 최고의 로맨스를 선사했다. 특히 극 말미로 향할수록 사랑 앞에 순수해지는 서이도를 보여주며 안방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브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신성록은 ‘이부 형제’ 윤민석(김민규)와 티격태격하는 브로맨스를, 비서이자 믿고 의지하는 박준용(김기두)과는 갑을 케미를 보여줬다. 특히 김기두와 케미는 ‘퍼퓸’ 속에서도 손에 꼽히는 코믹신으로 기억되고 있다.
“항상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찾아내는 게 꿈이다.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매번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을 만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퍼퓸’ 기자간담회 당시 신성록은 시청률 4연타 흥행 비법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다뎌진 연기 내공에 새로운 선택을 하면서 얻게 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더 내공이 깊어진다. 신성록의 연기 내공은 이제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그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면서 인생 캐릭터로 완성된다. 신성록의 연기를 ‘믿고 보는’ 이유이며, 앞으로의 신성록의 연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