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어떤 스타일? 사자성어로 살펴보는 전반기 [오!쎈 테마]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19.07.25 06: 15

KBO리그 10개 구단의 야구 스타일을 사자성어로 살펴보자.
야구는 얼핏 보기에는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팀마다 확실히 다른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각 팀의 스타일을 사자성어로 풀이해봤다. 
#SK #개세지기

SK 로맥이 홈런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SK는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시즌 연속 홈런 1위에 오른 SK 타선은 올 시즌에도 홈런(86) 선두다. 재밌는 것은 홈런뿐만 아니라 도루(80)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다는 점이다. 
홈런타자들이 가득한 SK가 팀 도루 1위라는 것은 다소 의외지만 스몰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희생번트는 10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즉, 희생번트로 아웃카운트와 진루를 바꾸기 보다는 아웃될 위험을 각오하고 적극적으로 도루를 감행했다는 의미다. 도루는 스몰볼의 대표적인 작전이지만 SK와 같은 방식이라면 오히려 빅볼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마운드에서도 빠른 공을 뿌리는 강속구 투수로 선발과 불펜을 가득 메우면서 힘있는 야구를 선보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SK 투수진의 평균구속은 시속 144.1km로 리그에서 가장 빨랐다.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제압하면서 삼진%(20.7%) 역시 1위에 올랐다.
‘개세지기’는 항우가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지은 시의 첫 구절인 ‘역발산기개세’를 줄인 말이다.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는 말은 올 시즌 SK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키움 #유비무환
키움은 시즌 초반부터 철저한 관리야구를 시도했다. 선발투수들에게 정기적으로 휴식을 주기도 하고 주전 야수들에게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맡기는 등 선수들의 체력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럼에도 부상 선수들은 나왔다. 안우진과 이승호가 전반기 막판 부상으로 이탈했고 서건창 역시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간판타자 박병호도 시즌 내내 잔부상을 안고 가고 있다.
하지만 선발진에서는 신재영, 김선기가 나왔고 야수진에서는 김혜성과 송성문이 주전 공백을 최소화했다.
키움을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유비무환’이다. 시즌 초반부터 체력을 관리해온 키움은 결국 전반기 마지막을 2위로 장식했고 착실하게 준비를 해온 백업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 #무위자연
두산은 경기중에 벤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순리대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공격에서는 도루(도루시도 9위)와 번트(희생번트 9위) 등 작전지시가 많지 않고,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스타일(선발 이닝 1위)이다. 
또 주축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해 경기를 풀어간다. 타자들을 보면 타석 상위 9명이 전체 타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5%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투수들도 무리해서 삼진을 잡기 보다는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삼진% 9위)가 많고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야수진(리그 수비효율 1위)은 이러한 투수들을 훌륭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적극적인 작전 없이 선수들에게 맡기는 두산의 스타일은 ‘무위자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산의 두텁고 탄탄한 선수층은 순리대로만 풀어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이다. 다만 전반기 막판 다소 답답했던 경기들이 많았던 것은 아쉽다.
#LG #난공불락
21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프로야구 2019 MY CAR KBO 올스타전’이 열렸다.9회초 LG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LG는 올 시즌 1점차 승부 승률 2위(18승 9패 승률 0.667), 연장전 승률 1위(7승 1무 1패 승률 0.875)를 달리고 있다.
접전 상황에서 좋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역시 평균자책점(3.27) 1위를 달리고 있는 불펜진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 1년차 고우석의 활약이 눈부시다. 42경기(46⅓이닝) 6승 2패 1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로 마무리 보직을 맡자마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고우석과 함께 정우영, 진해수 등 필승조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LG 불펜진은 경기 후반 ‘난공불락’으로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NC #순망치한
NC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감독직을 맡았다. 하지만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펴볼새가 없었다. 주축 타자 나성범이 23경기만 소화한채 부상으로 시즌아웃됐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버틀러와 베탄코트도 부상과 부진으로 교체됐다.
여기에 박석민, 모창민 등 주축타자들도 부상으로 꽤 많은 경기를 결장하면서 제대로 라인업을 꾸리기 쉽지 않았다. NC는 타석 상위 9명이 전체 타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1.1%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홈런(85) 2위, 장타율(0.420) 1위의 타선이 희생번트(35)도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결국 주전들의 부상으로 작전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하는 백업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는 의미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선수들의 부상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 나성범의 부상은 입술이 아니라 입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빈자리가 컸다.  
#KT #파죽지세
KT는 전반기 막판 9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질주로 5강 경쟁에 뛰어들었다. 간판스타 강백호의 부상 이후 상승세를 타 더욱 기세가 무섭다. 
KT의 전력은 아주 빼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경기당 득점(4.68)은 리그 5위, 경기당 실점(4.98)은 7위다. 하지만 선수들을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새로운 보직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로 한 번 탄 기세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후반기에도 KT의 ‘파죽지세’는 계속 될 수 있을까.
#삼성 #관주위보
삼성은 올 시즌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만 좋았다면 마운드는 더 좋은 성적(평균자책점 4.42 6위)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경기당 득점(4.47) 8위에 머무른 타선이다. 홈런(81)과 장타율(0.400)은 3위로 좋았지만 타율(0.263)과 출루율(0.335)이 7위에 머무르면서 강한 파워를 대량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낮은 출루율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작전(희생번트 1위, 도루시도 3위, 도루 1위)을 구사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삼성은 후반기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고민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2명이 타석에서 좋은 생산성을 보여준다면 삼성의 강점인 파워도 도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관주위보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고, 파워도 출루가 있어야 대량 득점을 만들 수 있다. 
#KIA #상전벽해
[사진=박준형 기자] KIA 박찬호 / soul1014@osen.co.kr
2년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KIA는 어느새 포스트시즌 경쟁이 쉽지 않은 팀이 되어버렸다. 2017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올 시즌에도 타석수 기준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김주찬, 최형우, 안치홍, 김선빈뿐이다. 우승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 역시 팀을 떠났다.
하지만 이창진, 박찬호, 이우성 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은 반갑다. 그 어느팀도 영원히 같은 선수로 야구를 할 수는 없다. 베테랑들이 떠나면 신진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빠르게 세대교체 되고 있는 KIA는 후반기, 그리고 다음 시즌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한화 #급전직하
한화는 지난 시즌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단 1년만에 다시 최하위권으로 돌아오면서 전반기를 실망스럽게 마무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이다. 선발 평균자책점(5.23)과 퀄리티스타트(31) 모두 리그 최하위다.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지다보니 그나마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불펜진(평균자책점 4.61 6위)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조차 많지 않다.
타선은 타율(0.250)과 출루율(0.323) 모두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경기당 득점(4.39) 9위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시도(110)를 하며 뛰는 야구로 만회를 해보려 했지만 성공률(70.9% 5위)은 썩 좋지 않았다. 타선에 작전에 능한 타자도 많지 않다보니 현란한 작전을 걸기에도 여의치 않았다.(희생번트 6위)
성적이 지난 시즌 3위에서 9위로 급전직하한 한화는 홈경기 관중수 역시 1755명(-17.2%)이 감소했다.
#롯데 #사상누각
올 시즌 완전히 무너져내린 롯데 투수진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고돼있었다. 끝끝내 포수진은 보강되지 않았고 수비는 리그 최하위(수비효율 10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폭투(78)는 압도적인 리그 1위다. 롯데 마운드는 마치 모래 위에 서있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마운드가 무너진 상황에서 타선도 침묵하는 경기가 많다보니 어떻게 손을 써볼 도리가 없었다. 롯데는 타석 상위 9명이 타석에서 차지하는 비중(68.2%)이 가장 적었고 전반기 기용한 투수는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투타에서 모두 전력이 안정적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이 팀을 떠난 공필성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반기, 롯데는 팀을 추스르고 다음 시즌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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