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이후 1년 여 만에 새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며 스스로와 예능가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놀면 뭐하니?"라고.
MBC는 2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에서 김태호 PD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김태호 PD는 이 자리에서 27일 정규 첫 방송을 시작하는 새 예능 '놀면 뭐하니?'에 대해 설명했다.
'놀면 뭐하니?'는 제작진이 평소 스케줄 없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던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를 소재로 한 예능이다. 지난달 12일 유튜브 채널로 개설돼 선공개됐고, 지난 20일 이를 종합한 프리뷰 버전으로 TV에서 첫 선을 보였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을 함께 했던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선보인 새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이후 1년 3~4개월 만에 다시 인사드리게 됐다. 작년에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못 가졌던 가족들과의 시간도 갖고, 저녁밥을 집에서 먹어보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소중하다는 시간도 가졌다. 또 하나는 PD였지만 시청자였던 시간이 없었다. 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본다는 게 힘든지 알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시청자들한테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 드렸는지 생각도 했다"며 공백기 동안의 근황을 밝혔다.
이어 "그런 시간을 갖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저희 회사 후배들과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템 회의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해볼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여러 논의가 했다. 가끔씩 기사에서 '이런 것도 논의 중'이라고 나왔는데 맞다. 사실 한 달마다 트렌드와 이슈가 바뀌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저희가 정제해 보니 일단 두 가지로 인사드리고 다시 그 안에서 성장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두 개를 더 만지고 키웠다"며 "이게 토요일, 일요일 저녁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제가 지금 인사를 혼자 드리고 있지만 저보다 후배 분들이 더 많은 시간을 프로그램을 위해 애쓰고 있다. 우선 저희가 지난주 방송은 유튜브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모아서 사실 유튜브 시청자 분들하고 TV 시청자하고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유튜브 내용을 거의 손보지 않고 선보였다. 이번 주부터는 TV에 맞게 손 봐서 보여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김태호 PD는 27일 공개되는 '놀면 뭐하니?' 첫 방송의 수정 전 가편집본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조세호와 유재석이 등장 '릴레이 카메라' 분량을 한 자리에 모여 시청했다. 이에 배우 태항호, 래퍼 딘딘과 데프콘, 그룹 동방신기 리더 유노윤호가 한 자리에 모여 '릴레이 카메라’를 감상했다. 이 밖에도 작곡가 겸 가수 유희열 등이 등장해 본격적인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태호 PD는 "저희가 관찰 예능은 아니고 '캐릭터 버라이어티'를 하려고 하는데 인력 구성이 항상 세팅하기 힘들더라. 그런데 '릴레이 카메라’로 연결된 인맥 자체가 서로가 서로에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3회 촬영 때는 조세호 씨 집에서 모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보다 끈끈한 모습을 보여줘서 저희 제작진도 놀랐다. '조의 아파트' 같은 경우 '릴레이 카메라'를 촬영한 분들이 몰래 갔는데도 그랬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우릴 찍던 카메라가 우리 주위를 찍어보려고 했다. 그렇게 5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진행해봤다. 그렇게 하면서 계속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놀면 뭐하니?'에서 본인의 역할과 '릴레이 카메라’를 유튜브로 선공개한 것에 대해 "제 직함이 아직 내려진 것은 아닌데 현장에서 촬영, 편집하는 건 저보다 후배들이 잘한다. 대신 제가 MBC에서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했다. 유튜브로 먼저 선보인 건 요즘 제일 중요한 게 TV와 함께 모바일을 같이 가는 거라고 봤다. '릴레이 카메라’에 담아온 콘텐츠가 방송용으로는 꽉 차있지 않았다. 대신 처음 보는 유재석 씨의 모습이 담겼다. 저희가 생각하는 유재석 씨는 한 순간도 시청자를 빼놓지 않은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도 보고, 거친 말도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었다. 유튜브는 '방송을 봤으니 그만'이 아니라 방송이 나간 뒤 유튜브 용으로 어떤 콘텐츠도 보여드릴지 같이 고민하면서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시즌 종영 당시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놀면 뭐하니?'가 방송되는 시간대에 저희 주 타겟층인 2049가 전체를 다 합쳐도 10이 안 되는 시간대긴 하다. 그렇다고 그 수치가 프로그램의 가치나 평가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방송 다음 날, 다다음 날까지 '너 그거 봤어?'라고 회자돼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유튜브나 포털 등을 통해 계속 회자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계속해서 '돌아온다’고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무한도전’도 끝날 때는 화려했지만 시작할 때는 초라했던 것처럼 가볍게 '놀면 뭐하니?'라는 생각에 하고자 했다. 유재석 씨도 본인이 자주 쓰는 말인데 모르고 있더라. 어차피 토요일 저녁 그 시간에 재방송이 나가고 있어서 '놀면 뭐하나'하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유재석 씨한테도 플랫폼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MBC 또한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태호 PD는 '릴레이 카메라' 유튜브 선공개 부분에서 '유재석만 고정’이라고 언급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은 출연자가 6~7명이 고정됐고 그분들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아가는 게 처음엔 좋았는데 그 숫자에 맞추다 보니 끼워 맞추는 것들도 있었다. 유재석 씨와 요즘 색깔에 맞는 것들을 찾아보다가 아이템이 우선시되고, 그에 필요한 인원들이 들어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부분에 따른 확장성과 폭발력을 생각했다. 또 저희가 여행하거나 식당을 찍으면서 어떤 캐릭터를 잡으면 좋지만 유재석 씨만 모시고 얘기하던 아이템이긴 해서 옆에 누굴 붙일까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릴레이 카메라'가 가져왔던 서로의 관계와 필연들이 들어오니까 단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또 하나 유재석 씨가 카메라를 받자마자 아이러니하게도 그 게 낯설어서 항상 누군가를 찾으시더라. 그런데 유재석 씨와 하하 씨, 유희열 씨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진한 농담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배우 분들은 본인 보다는 자기 시선을 담으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이 분은 이런 시선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초반 10분은 어색하다가 금방 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희도 '캐릭터 버라이어티'를 하겠다고 방향을 정하진 않았는데 하다 보니 정해졌다. 따지고 보면 저도 10여년 동안 '무한도전' 하나 밖에 못해더 딘딘, 유노윤호 씨는 이번에 처음 봤다. 그게 아마 시청자 분들과 공감되는 모습들이 이 뒤부터는 토요일 저녁에 이걸 보는 분들이 저렇게 행동하겠다고 생각해서 재미있었다. 너무 예리한 리액션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 또한 재미있었다"고 했다.
또한 "'무한도전'은 캐릭터에 맞는 아이템을 고민했다면, '놀면 뭐하니?'는 캐릭터도 형성된 게 아니고 아이템도 정해진 게 없어서 '무한도전’처럼 엄청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어떻게 전개될지 고민 중이다. 1~6회까지 공통된 코드를 꼽아 보면 리얼한 느낌도 있었고 제작진이 빠지다 보니 결핍된 부분의 싱싱함도 있었다. 또 '릴레이' 개념으로 유기적으로 전달되는 것도 있었다. 유재석 씨의 드럼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시도한 건데 잘 됐으면 좋겠다. '놀면 뭐하니?'도 '릴레이 카메라'로 시작해서 그 안에서 많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 이야기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게 문제라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한도전' 끝나고 아쉬웠던 게 그거였다. 그 안에서 스핀오프처럼 계속 생겨나서 출연자들이 '무한도전’만 해도 바쁜 상황을 꿈꿨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은 유재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릴레이 카메라', '조의 아파트’ 등 하나하나 시즌제로 갈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했다. 리얼한 카메라 안에 들어올 것을 변형시킬 고민도 하고 있다. 이건 '무한도전’처럼 10년 이상 확장할 프로그램으로 갖고 나온 건 아니고 하나의 플랫폼처럼 생각해서 여러가지를 테스트 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것들을 가져왔다. 유재석 씨와 올해 초부터 많이 얘기한 건 '새로운 걸 해보자’였다. 새로운 게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제 안 하는 것들도 될 수 있던 터라 새로워서 생경한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안 해서 익숙한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걸 어떤 시선으로 담을지 접근하고자 고민했다. 일단 후배들, 제작진과 12개 정도 기본으로 가면서 중간에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또 진행하는데 그 게 멈추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포맷이 나오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놀면 뭐하니?'에서 연출적으로 고민한 부분에 대해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서 나오는 즉흥성들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걸 조금 강조하고 싶었다. 이걸 프레임 안에서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해봤기 때문에 저희가 카메라를 주고 한 걸음 물러나 있어도 비슷한 방향의 이야기가 담기는 것 같다. 제작진이 찍었을 때 한 회 분량이 나오는 게, 저희가 빠져도 한 회 분량이 나오는 걸 봤다. 저희가 빠져서 오는 리얼함도 있고 빠지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있더라. 결과적으로 분량은 문제가 없었는데 촬영 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이라고 본다. 6회가 지나는 동안 차근차근 제작진도 한발 한발 들어가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6개까지 찍었지만 8개만 하고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정해지지 않고 가는 재미가 중독성이 강하다. 그래서 중독성 강한 끝이 정해지지 않은 변화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포맷으로 돌아오게 돼서 '성향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한회 한회 고민하고 새로운 것은 뭐가 있을지 고민의 흔적을 담은 것들로 돌아오겠다. 앞으로의 방향성과 성장 가능성은 저희가 만드는 건 아니고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시청자들 마음에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겠지만 그걸 확인하고 점차 좁혀갈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할 것 같다. 한회 한회 거듭하면서 재미있고, 안정적이고, 더 다른 게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놀면 뭐하니?'는 27일 저녁 6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