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영화사 두둥)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송강호 분)과 불굴의 신념으로 그와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한글 창제 뒷이야기를 그린다.
학계의 정설을 따른 것은 아니고, 스님이 협력해 한글을 창제했을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설을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사료와 상상력을 합친 ‘팩션 사극’이다. 기존에 세종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성군 세종의 업적을 중심으로 한 일대기였지만,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에 스님이 참여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했다.
국사책에는 세종대왕의 가장 두드러진 업적은 한글인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라고 나온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영화가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면서 ‘왜곡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정작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통 역사를 배우려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역설이다.
역사적 사실만으로 100% 영화와 드라마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없다. 역사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역사책을 보든지, 그게 힘들다면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을 통해 지식을 획득하는 편이 낫다.
제작진은 영화의 상영 전 ‘나랏말싸미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자막을 띄웠다. 역사에 정통해 만든 게 아니라는 의미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은 최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저는 영화의 오프닝에 훈민정음 창제 중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 자막을 넣었다. 감독으로서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지만 역사 앞에서 누구나 겸허해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랏말싸미’의 간략한 스토리는 이렇다. 세종대왕은 신하들 모르게 조선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려고 하지만 번번이 한계에 부딪힌다. 아내 소헌왕후(전미선 분) 덕분에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해인사 스님 신미(박해일 분)의 존재를 알게 된 세종은 소리 문자에 해박한 그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 창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세종도 왕이기에 앞서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다는 조철현 감독의 바람은 어떤 인물이든 입체성을 더해 창조하는 배우 송강호 덕분에 스크린에 구현됐다. ‘나랏말싸미’는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한글 창제의 과정이 신선한 스토리텔링으로 담겼다. 조철현 감독의 묵직함과 예상 밖 유머가 절묘한 균형을 보여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