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과도한 역사 왜곡 비난이 안타까운 이유(종합)[Oh!쎈 이슈]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7.26 07: 13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 첫날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디즈니의 '라이온 킹'을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있지만, 역사 왜곡 및 평점 테러 논란 등의 문제로 의도치 않은 몸살을 앓고 있다. 
송강호, 박해일, 고(故) 전미선 주연의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는 세종대왕, 박해일은 스님 신미, 고 전미선은 여장부 소헌왕후로 분해 열연했다.  
'나랏말싸미'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세종의 빛나는 업적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많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해당 소재를 다뤘던 만큼, '나랏말싸미'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스토리가 아닌 신미 스님을 등장시켜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신미 스님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뜻하지 않은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에서 불교 승려인 신미가 상당 부분 관여한다는 내용을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물론 '나랏말싸미' 속 설정은 조선왕조실록의 구체적인 기록인 '정사'가 아니다. 여러 한글 창제설 중의 하나로 '야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시작 전에도 대형 스크린에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라는 점을 분명히 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랏말싸미'가 오로지 '야사'에만 의존해 완성한 작품은 아니다. 다양한 창제설 중의 하나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도 최대한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15년 동안 각종 서적과 자료 등을 찾아보면서 노력한 조철현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많은 책과 논문, 동영상 등 신미 스님의 행적을 찾아 탐방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며 "한글의 창제 원리와 과정을 씨줄로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세종대왕, 소헌왕후, 신미 스님 등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많은 이들의 인연을 날줄로 해서 만든 한 편의 이야기"라며 창작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랏말싸미'는 개봉 직후, "역사 왜곡이 심각하다"며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평점 테러를 받았다. 개봉 전부터 별점 1점을 주면서 무작정 비난하는 반응도 눈에 띈다. 영화를 접한 일부 관객들은 "세종대왕을 폄훼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앞서 조철현  감독은 "사극을 만드는 데 자주 참여해왔다. 5000년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한다. 15년 전부터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만든 계기는 어머니가 평생 한이 글자를 모르는 것이었다"며 한글의 위대함을 재조명하고 더욱 알리고 싶어서 연출하게 됐다는 개인사를 밝히기도 했다.
'나랏말싸미' 측 관계자도 "세종대왕을 폄훼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이 영화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와 유명 배우는 큰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하나의 창작물이고, '나랏말싸미'에 대한 평가는 관객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역사 왜곡이 아닌 진정성을 느꼈다면 그 또한 관객들의 판단이다. 보기도 전에 도 넘은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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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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