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재숙이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낸 획일화된 이미지 속의 허상을 통해 가치관이 형성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했다.
하재숙은 24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 ‘몇 kg 뺐어요?’ ‘어떻게 뺐어요?’다. 하필이면 재희의 꿈이 패션모델 일 줄이야. 그럼 빼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희의 꿈을 위해서”라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하재숙은 지난 23일 종영한 KBS2 드라마 ‘퍼퓸’에서 향수를 통해 젊고 아름다운 젊은 시절의 민예린으로 변신한 민재희를 연기했다. 민예린의 직업은 세계적인 천재 디자이너와 한류스타를 갖고 노는 희대의 악녀, 패션모델이었다.
민예린 역은 배우 고원희가 맡았는데, 하재숙은 민재희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24kg을 감량했다.
이에 그는 “나에게 종교 같았던 탄수화물, 신념 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이별하고 굳이 만나고 싶지 않던 각종 채소와 단백질의 컬래버레이션으로 3달 넘게 운동까지 했으니 이만큼 감량했노라고, 이렇게 노력했다고 여기 저기 떠들어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했다. 이어 하재숙은 “물론 지금도 날씬함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뚱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예뻐해달라고 외치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다이어트 조금 했다고 자랑하기도 민망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재숙은 “재희는 찬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적의 향수라도 득템했지만 ‘모태 통통족’으로 반평생 살아온 나는 향수를 손에 쥐어줘도 돌아갈 수 있는 화려한 과거의 모습이 없다”며 “한 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을 해줬는데 오늘 한 번 큰소리로 외쳐 보련다. ‘뚱뚱한 걸 미화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름답게 봐 줄 마음이 0.00001%도 없으면서 그 놈의 미화(美化)가 되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외모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 당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 그저 날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게 자기 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서글펐을 뿐 배우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독서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고, 운동도 열심히했는데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살 때문에, 외모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라며 “배우로 살아가는 내 모습도 너무 사랑하기에, 개미 허리는 못 될지언정 노력하고 배우고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고 배역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다이어트에 또 다시 목숨걸고 달려보겠다”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조금만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하재숙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모 외적의 노력도소중하다고 역설했다. 흰 피부에 마른 몸매, 긴 생머리,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여성이 미(美)의 기준은 아니다./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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