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퍼퓸'으로 결혼과 출산 후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차예련이 남편 주상욱에 대한 고마움을 밝히며 연기자로서 의욕을 다잡았다.
차예련은 26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 2TV 월화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 유관모)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퍼퓸'은 인생을 통째로 바쳐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한 가정을 파괴하고 절망에 빠진 중년 여자와 사랑에 도전해볼 용기가 없어서 우물쭈물하다가 스텝이 꼬여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차예련은 극 중 한지나 역으로 열연했다.
"인터뷰도 거의 한 5년 만에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차예련은 결혼 후 첫 드라마인 '퍼퓸'에 남다른 감회를 털어놨다. 그는 "잘 마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고 "너무 오랜만에 나온 거라 걱정을 많이 했다. 개인적인 상황이 많이 변하지 않았나,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아서 '내가 다시 활동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차예련은 "그래도 아주 다행히 마무리 잘하고 사람들도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아줌마 됐다'는 말 듣기 싫어서 살도 많이 빼고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있다"며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복귀 시작을 잘한 것 같아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임신했을 때 25kg가 쪘다"는 그는 "출산 후 바로 쟀는데 똑같더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도 쪄봤다. 또 안 빠지더라. 10kg는 조리원에서 빠지고, 조금 덜 먹으면서 뺐다. 6개월 정도는 10kg가 머물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그래서 충격 받고, 상처도 받았다. 대신 아기를 위해서 많이 먹어서 살에 대한 걱정 없이 1년을 엄마이자 아내로 살았다. 그래서 복귀에 더 스트레스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결혼 후 임신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컸던 상황. 차예련은 "'퍼퓸' 리딩 때까지 7~8kg가 안 빠진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하기도 하고 성격적으로, 캐릭터가 모델이고 시놉시스에는 '한국의 미란다 커였다'고 쓰여있어서 최대한 다른 모델들도 같이 나올 때 비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촬영 전 1개월 동안 7~8kg를 감량하고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언니도 아기가 셋인데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위안도 얻었다. 아이 셋을 낳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언니가 힘이 돼줬다. 언니도 할 수 있는데, 저는 워낙 아기를 좋아하고 언니는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언니가 '나도 하는데, 애 셋 낳고도 복귀하는데'라고 말해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차예련은 "'워킹맘'의 마음을 많이 느꼈다. 저도 촬영 끝나고 집에 가도 쉬지 못하고 아기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친정 엄마가 도와주셔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1개월 동안은 진짜 안 먹고 뺐다. 항상 저녁 7~8시 이후에는 먹고 싶은 것도 참았다. 그런 것도 꾹꾹 참고 안 먹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필라테스도 하고 운동을 많이 열심히 했다. 그나마 먹는 것도 최대한 건강하게 먹으려고 파슬리와 레몬이 들어있는 파슬리 주스를 먹었다"며 웃었다.
주상욱도 곁에서 큰 힘이 됐단다. 차예련은 "제가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신랑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봐줬다. '오빠, 누가 날 다시 찾아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 때 저희 오빠는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고 우울한 걸 이해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서 '넌 무조건 할 수 있어, 한다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걱정하지마'라고 백번이면 백번 다 옆에서 그렇게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워낙 촬영 감독님들이 예쁘게 찍어주셨다. 제가 힘들어하는 걸 워낙 잘 알고 계셔서 '지나 내가 예쁘게 찍어주겠다'고 해주셨다"며 "신랑도 '결혼하고 얼굴이 더 폈다. 더 예쁘게 나온다'고 응원해줬다. 드라마도 한 회도 빠짐 없이 모니터링 해줬다. 물론 저도 그렇게 해줬다"고 말했다.
차예련은 "물론 키스 신 같은 게 있으면 사람이라 기분이 안 좋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웃은 뒤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하고 키스 신 나올 때 말 시키고 물 떠달라고 하거나 못 보게 하려고 한다. 대신 이해하는 폭은 서로 배우다 보니 넓은 것 같다. 그래도 질투는 난다"고 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촬영장에 대해 그는 "처음엔 힘들었다. 첫 촬영 앞두고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 체 할 것 같고, 적응할 수 있을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할 수 있을지 불안함이 컸다. 적응하는 데 한 2~3주 정도로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첫 날엔 감독님한테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다들 '워낙 잘 하시지 않냐'고 응원해주시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몸이 풀리는 데는 2주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결혼하고 6개월 만에 임신했다. 저희가 모든 상황이 조금 더 빨랐다. 또 결혼했다는 것 때문에 작품이 바로 안 들어오더라. '결혼하셨잖아요, 얼마 안 되셨잖아요'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결혼하면 끝나는 것 같았다. 또 들어온 작품 중에 확 끌리는 게 없어서 오히려 그때 가족 계획을 세웠다. 저희한테는 나름 계획적으로 결혼하고 공백이 1년 정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안에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으면 또 1년이 가는 거니까 더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차예련은 "인생이 두 갈림길에 선 것 같았다. 3년 쉰다는 마음을 갖고 가족 계획을 했고, 저는 그래도 아기 낳고 빨리 나온 편"이라며 "또 '퍼퓸'이 너무 재미있었다. 제 캐릭터는 조금 아쉽긴 했는데 대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5~6회까지 대본 보고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토리가 유쾌하고 어둡지 않았다. 또 제가 나쁘고 누군가 괴롭히는 역할만 하다가 이번엔 조력자고 멋진 여성이라 끌렸다. 결혼했지만 여전히 예쁘다는 말도 듣고 싶었다. 예쁘다는 말은 백번 들어도 좋더라"라고 출연 계기를 말했다.
그는 "분량적으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서이도(신성록 분)와 민예린(고원희 분)의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25일) 작가님과 통화했다. '죄송해요, 저는 지나 좋아했어요'라고 하시더라. 다시 시작하는 부분이라 아쉬울 수 있지만 맡은 바는 끝까지 완성시키자는 마음으로 끝냈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을 담아 차예련은 곧바로 차기작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 그 중에서 빨리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아기가 곧 돌이라 아기를 더 볼 것인지, 일을 더 할 것인지 고민하며 올해 안에 할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아기가 너무 어려서 '엄마 껌딱지'다. 오늘도 차 앞까지 내려와서 인사하고 왔다. 육아를 조금 더 해야 할지, 일을 해야 할지 갈림길에 섰지만 또 공백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올해 안에 한 작품 더 하는 게 목표고, 신랑도 가을에 새 작품으로 만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