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필름 황윤진 “군 제대후 뜻대로 안되더라” [3시의 인디살롱]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7.26 18: 11

[OSEN=김관명기자] 4인밴드 홀로그램 필름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황윤진이 23일 솔로 EP ‘바른 생활: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냈다. 2018년 군 제대후 본격 활동의 신호탄이다. 군 복무 때문에 홀로그램 필름이 지난 2016년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한 터라 황윤진의 솔로 컴백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수록곡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읽혀지는 등 ‘잘 나가던’ 밴드 멤버로서 황윤진의 이미지와 많이 어긋난다. “2018년 군 제대 후 공백기가 의외로 길어지면서 밴드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 반갑다. 우선 이번 EP 얘기부터 나눠보자. 어떤 앨범인가.
“군대에 있을 때 곡을 썼지만 전역 후 다시 들어보니 스스로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곡들은 일단 소스로 남겨두고, 전역 후 1년 동안 공백기간에 느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썼다. 전역 후에도 밴드 때처럼 잘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획대로 안되더라. 어릴 때부터 실용음악과를 다녔고 밴드도 잘 되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는데, 공백기간에는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을 담으려 했다.”

황윤진 제공

= 앞서 6월13일에 ‘오늘도 안녕’이 선공개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호감이 생긴 사람을 만났어도 예전처럼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제 또래 취준생들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황윤진 제공
= 피처링한 YSL은 누구인가.
“대중음악 가이드 보컬로 활동하는 친구다. 제가 하고 있는 대중음악 작곡 프로젝트 팀에서 만났는데 능력치가 뛰어나다.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이 곡을 계기로 본격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 다른 곡들도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2번트랙 ‘보통의 하루’부터. 이 곡에서는 쌉싸름한 계피향이 난다.
“주위에 음악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어릴 때는 그런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지만, 전역 후 그 생각을 고쳐먹었다. 본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더라. 곡의 키워드?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네’가 될 것 같다.”
= 3번트랙 ‘바른 생활’은 곡 내용과 매칭이 잘 안된다.
“반어적 표현이다. 앞선 곡에서 무료한 일상과 의미없는 생활패턴을 슬프게 묘사했다면 이 곡에서는 ‘그렇게 해도 괜찮다’ 이런 식의 긍정적 마인드를 담았다. 곡도 조바심 내지 않고 쓰려 했다. 이에 비해 군대에 있을 때 썼던 곡은 공격적이고 조급함이 느껴진다.”
황윤진 제공
= 그래서 그런지 사운드가 좀체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시티팝으로 나왔다. 만약 일부러 시티팝 사운드를 하려 했으면 이렇게 안 나왔을 것 같다. 가사가 먼저 나오고 전반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려 하다 보니 편곡도 그런 방향으로 나왔다.
= 편곡은 누가 했나.
“(홀로그램 필름 멤버인) 강찬희가 했다. 지금은 강유 또는 유루(U-LU)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15일에는 저와 유루, 지안과 함께 유하라는 프로젝트 팀 이름으로 싱글 ‘Delight’를 내기도 했다.”
= 아, 개인적으로 유하 멤버들의 면면이 궁금했었는데 유루가 강찬희였는지는 몰랐다. 지안은 누구인가.
“2015년 저와 유루와 함께 웹드라마 ‘로맨스 블루’에서 주연을 했던 여성배우다. ‘딜라이트’ 초반 메이킹은 유루가 했고 영어 가이드를 제가 들으면서 해지는 도시 이미지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 삭막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에서 느끼는 파라다이스, 이런 것을 담았다. 유하는 9월이나 10월쯤에 두 번째 곡이 나올 것 같다.”
= 유루, 즉 강찬희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고 들었다.
“부산초읍중 때부터 친구였다.”
= 다시 ‘바른 생활’로 돌아가자. 가장 애착이 가는 가사가 있다면.
“’시간이 많아서 약속이 깨져도 좋아’다. 나의 여유로움을 장점으로 삼겠다, 이런 뜻이다.”
= 4번트랙 ‘실증’에서는 기타 느낌이 다르다.
“기타가 앞으로 나오게끔 좀더 공격적으로 편곡했다. 이 곡은 유루가 신스와 808베이스를 사용하면서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표현됐다. 노래도 음역대를 조금 높여서 불렀다. 사실 ‘보통의 하루’에서 열정적인 기타 솔로를 넣었는데 주위 만류로 삭제했다(웃음). 하지만 ‘실증’에서는 도저히 양보를 못하겠더라. 그래서 약간의 기타 라인을 넣었다.”
= 마지막 트랙 ‘둥글게’는 어떤 곡인가.
“앞선 곡들을 마무리짓는 곡이다. 앞에서는 쓸쓸하고 공허한 이미지, 분노의 느낌을 담았다면 이 곡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다독여주려 했다. 스스로한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 이제 다른 얘기도 해보자. 홀로그램 필름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
“군 제대 후 휴지기를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4명이 지금도 굉장히 친하다. 밴드에 대한 애착도 높고. 단순히 음악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서로한테 주기도 한다.”
황윤진 제공
= 홀로그램 필름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중3 때 연말 학예제에 친구가 결성한 밴드의 기타 멤버로 나갔다. 그 때 유루가 베이스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이후 저는 부산진고에 가서 밴드부를 계속했고, 실용음악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간 유루는 그 밴드의 객원 멤버로 계속 활동했다.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만난 동생과 셋이서 자취를 하게 됐다. 그 동생이 바로 기타 치는 변선융단이다. 최근에 융단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2곡 냈다. 어쨌든 당시 각자 음악활동을 하며 살다가 밴드 멤버를 찾던 유루가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우리끼리 해보자’라고 해서 홀로그램 필름이 결성됐다. 제가 기타와 보컬, 융단이 기타, 유루가 베이스를 맡는 3인 체제로 시작했다가 이후 드럼 치는 한솔이 뒤늦게 합류한 후 첫 EP를 냈다. 그게 2012년 일이다.”
# 홀로그램 필름 및 황윤진 디스코그래피
2012년 5월17일 홀로그램 필름 EP Fresh Light
2012년 11월27일 홀로그램 필름 EP Kate
2012년 7월2일 홀로그램 필름 싱글 Trip
2014년 4월3일 홀로그램 필름 1집 Into The Wild
2015년 2월10일 황윤진 싱글 하얀 꽃
2015년 11월12일 홀로그램 필름 EP Cosmic Color    
2016년 6월1일 황윤진 EP 스물아홉
2016년 5월13일 WEEP(황윤진 강찬희) 싱글 외로운 대화의 무대
2019년 6월13일 황윤진 싱글 오늘도 안녕
2019년 6월15일 유하(황윤진 강찬희/유루 지안) 싱글 Delight
2019년 7월23일 황윤진 EP 바른 생활: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
= 아까 대중음악 프로듀서 팀 이야기를 했는데.
“1988이라는 팀이다. 3명 모두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태어났다. 진행 중인 곡이 있기 때문에 8월부터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 솔로 다음 곡은 언제쯤 나오나.
“유동적이긴 하지만 싱글보다는 앨범 단위로 해보고 싶다.”
= 오늘 인터뷰를 겸해 만나 너무 반가웠다. 솔로 활동도, 프로젝트 팀 활동도 그리고 홀로그램 필름도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
“이번 ‘바른 생활’ EP가 제 전역 후 상징적인 첫 작업물이다. 이를 출발점으로 개인활동을 활발히 할 것 같다. 유하 활동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수고하셨다.”/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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