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없이 구직자로 살아가는 용남(조정석 분)은 어린 조카도 부끄러워 하는 청년 백수다. 대학 산악 동아리 출신으로서 클라이밍을 잘한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자 특기. 내세울 것 없던 그가 희생 정신을 발휘해 온 가족과 동네 주민, 시민까지 구출할 상황에 놓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
‘엑시트’(감독 이상근,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필름케이)는 용남과 산악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을 표방한다.
재난탈출영화지만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상황을 나쁘게 몰고가거나 악화시키는 안타고니스트가 하나 없이 통쾌하다. 일부러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않을 뿐더러 남성의 구조를 기다리는 나약한 여성도 없다.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를 맞이해 컨벤션홀 구름정원을 예약한 용남은 그곳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의주를 만나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서로를 의식하는 것도 잠시, 인근에서 갑자기 의문의 유독가스가 폭발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심은 흰 연기로 뒤덮힌다.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가족과 손님들을 대피시킨 용남과 의주. 두 사람은 어딘가에 갇혀 있을지 모를 시민들을 발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엑시트’는 위급상황과 코믹한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돼 기존에 선보였던 재난 영화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작부터 조정석의 코믹 연기로 낄낄낄 웃다 보면, 어느 새 자연스럽게 긴장감 넘치는 탈출기로 넘어와 있다. 백수와 직장인 캐릭터를 비롯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민 캐릭터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재미와 공감을 안긴다. 또한 연기 배테랑 고두심과 박인환이 용남의 부모로 등장해 짠한 마음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용남과 의주의 순발력을 기대해도 좋다. 용남과 의주를 연기한 조정석과 윤아는 촬영 전 클라이밍을 배워 체력을 다졌고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많은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전언이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 납뜩이 캐릭터를 통해 이름을 알린 조정석 표 코믹연기가 다시 한 번 장기를 발휘했다. 이번 작품이 첫 주연 영화인 소녀시대 출신 윤아도 배우로서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엑시트’는 올 여름 많은 관객에게 재미를 불러 일으킬 게 분명해 보인다. 7월 31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 watc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