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가 재난영화지만 제 개인적으로 시원하게 재미있는 느낌이 있다(웃음).”
배우 조정석(40)이 2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이달 31일 개봉하는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필름케이)에 대해 “재난영화인데 재미있다는 게 이상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있다. 그게 되게 여름과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라고 이 같이 평가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윤아 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2012) 납뜩이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 얼굴과 이름을 알린 조정석 표 코믹연기가 다시 한 번 장기를 발휘했다. 코믹부터 액션까지, 다장르를 한 작품에 녹여낸 조정석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엑시트’는 재난 탈출영화를 표방하지만 시간을 지체하기 위해 일부러 상황을 나쁘게 몰고가거나 악화시키는 안타고니스트가 없다. 일부러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않을 뿐더러 남성의 구조를 기다리는 나약한 여성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재난 영화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언론배급 시사회 및 일반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접했다는 조정석은 “반응이 좋은 거 같아서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된다.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그 날 긴장을 많이 하는데,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서 긴장이 좀 풀렸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조정석은 “‘건축학개론’ 때가 생각났다. 저에겐 그 작품이 첫 (상업장편)영화였는데 당시 관객들이 제가 나올 때마다 웃어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었다.(웃음)”며 “저는 상영하는 동안 재미있게 보시는지 주변 반응을 살피면서 보는데 ‘엑시트’는 반응이 좋아서 저도 좋았다. 반응이 좋은 것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다. 그래서 예전 ‘건축학개론’ 때 생각이 났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엑시트’는 위급상황과 코믹한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돼 기존에 선보였던 재난 영화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작부터 조정석의 코믹 연기로 낄낄낄 웃다 보면 어느 새 자연스럽게 긴장감 넘치는 탈출기로 흘러간다.
이어 조정석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제가 시력교정수술을 했다. ‘질투의 화신’ 끝나고 시력교정수술을 했는데 집에서 쉬면서 이 시나리오를 읽었다”며 “류승완 감독님의 제작사(외유내강)에서 만든 것이고 그 전부터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서 ‘책을 전해주고 싶다’고 하시더라. 제가 시력교정수술을 했다고 감독님에게 말씀드리니 ‘그럼 지금 시나리오를 읽어야 한다’고 하시더라.(웃음) 제가 '실눈을 떠서라도 보겠다’고 해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앞이 안 보일 때 봐도)그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인 영화라는 걸 돌려서 말씀하신 거 같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과정을 전했다.
‘엑시트’는 백수와 직장인 캐릭터를 비롯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민 캐릭터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재미와 공감을 안긴다. 또한 연기 배테랑 고두심과 박인환이 용남의 부모로 등장해 짠한 마음을 느끼게 만든다.
이에 조정석은 삼수 시절을 떠올렸다. “저는 기타 전공자로서 삼수를 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려고 해서 클래식 기타로 삼수를 했다”며 “당시 제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가서 캠퍼스 생활을 하는데 (저만 다시 공부를 하니) 부러웠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제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그럼에도 저는 ‘왜 나를 위로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제가 연기를 전공해서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번엔 가족과 친척들에게 ‘그럼 TV에 언제 나오니?’라는 말을 들었다. 근데 제 성향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편은 아니다. 한 귀로 듣고 흘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낙천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조정석은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등록금 및 생활비를 마련했다.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면서 생활했다. 그럼에도 제가 악착 같이 한 것은 연기 밖에 없었다”라며 “연기에 대한 생각, 연기 트레이닝은 그 누구에게도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악착 같이 했는데 그 이외에 낙담한 부분은 없다”라고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그는 “대학교 땐 연기에 대한 치기 어린 열정이었다면, 이제는 마흔 살이니 조금 숙성된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배우의 연기는 연륜에 비례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엑시트'는 무엇보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용남과 의주의 순발력. 용남과 의주를 연기한 조정석과 윤아는 촬영 전 실내 클라이밍을 배워 체력을 다졌고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많은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정석은 그러나 클라이밍을 소화하며 잦은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어깨 부상을 많이 당했다. 클라이밍이라는 운동이 어깨 회전이 많은데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갔다. 어깨 부상을 입어 찜질을 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고 촬영 중 고된 점을 전했다. 고소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커서 자유낙하 장면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배우 조정석이 가진 노련함, 긍정 에너지, 연기 열정이 용남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햇수로 데뷔 16년차. 항상 새로운 시청자 및 관객들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배우. 그런 의미에서 ‘엑시트’는 그의 이유 있는 도전이다.
“저는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조정석 보면 웃겨’라는 배우가 아니라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코미디를 해도 ‘조정석 코미디는 어떤 느낌일까?’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는 ‘인생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연기를 많이 하고 싶은 배우라서 ‘이게 인생캐다’라는 말이 낯설다. 그런 말을 써주시는 의도나 마음은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그만큼 역할을 잘했다는 의미지 않나. 의도는 감사한데 제게 ‘인생캐’라는 말은 낯설다. 욕심이 있다면 배우로서 모든 작품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