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의 충성도는 높다. 그래서 바다 건너 멀리서도 홍보차 한국 땅을 밟는 해외 스타들이 많다. 그러나 한 번 실망하면 누구보다 차갑게 돌아서는 것도 우리네 정서. 영국 가수 앤 마리와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혀 다른 내한 행보로 한국 팬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앤 마리는 27일 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진행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당일 전광판을 통해 "앤 마리의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알렸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팬들은 허무하게 돌아섰다. 그러자 앤 마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공연 취소를 요청한 게 아니다. 무대에 오르려면 객석에서 (우천과 강풍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주최 측이 사인하라고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이따가 오후 11시 30분에 호텔에서 무료 공연을 열겠다. 티켓은 필요없다. 한국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난 여러분을 사랑한다”라는 애정 가득한 메시지까지 더해 눈길을 끌었다.
약속한 시각, 앤 마리는 거짓말처럼 팬들 앞에 나타났고 그의 SNS를 통해 공연이 생중계 되기도 했다. 늦은 밤, 무료 공연인데다 즉흥적으로 마련된 상황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자신을 보러 와준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 보답한 셈이다.
그런데 앤 마리보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훨씬 높은 호날두는 전혀 다른 성의를 보였다. 그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명가 유벤투스의 친선전을 위해 귀국했지만 막상 그라운드 한 번 밟지 않고 벤치에서 자리를 지켰다.
앞서 주최 측과 프로축구연맹이 호날두가 45분 이상 경기에 출전한다고 공언했던 터라 관중들은 비싼 티켓값을 지불했다. 마찬가지로 궂은 날씨였는데도 멀리서 온 ‘우리 형’ 호날두의 발재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호날두는 끝까지 배려 없는 팬서비스로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특히나 경기 전 예고했던 팬미팅과 사인회에도 불참했던 까닭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그를 볼 수 있을 거라 작은 희망을 걸었던 팬들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다. 급기야 관중들이 그의 라이벌인 메시를 연호할 정도. 뿔난 한국 팬들을 뒤로하고 호날두는 이렇다 할 사과 없이 출국했다.
호날두의 비신사적인 태도는 4일째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축구 팬이 아닌 이들까지 함께 분노하고 있는 것.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로 손꼽히며 국내 팬들에게는 ‘우리 형’으로까지 불렸던 호날두이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격한 누리꾼들은 다시는 한국에 올 생각 말라는 글을 쏟아내기도.
앤 마리와 호날두가 각각 내한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만들었다.
/comet56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