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가 99년 전 승리의 역사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29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공배 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 군대를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대한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
상영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황해철 역의 유해진, 이장하 역의 류준열, 마병구 역의 조우진, 그리고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까지)5년~6년이 넘게 걸렸다”며 “다만 (시나리오 작업 및 촬영 기간 중)요즘 이 같은 일(반일감정)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몰랐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한-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봉오동 전투’의 시나리오 작업은 훨씬 이전이었으나 본격적인 촬영은 지난해 8월 16일 시작, 올 1월 18일 크랭크업 했다.
이어 원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보다 이 영화는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벽에 봉착했다. 남아 있는 사료들이 많이 있지 않아서였다”고 사료 찾기와 고증이 어려웠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역사책에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설명은 같은 해 10월에 발생했던 청산리 대첩과 비교해 많지 않다. 대중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일부다.
원신연 감독은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에 대한 자료가 훨씬 더 많다. 독립군의 전쟁은 일제의 입장에서 축소시키고 은폐시켜야 했기에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봉오동 전투의 승리와 과정은 기록이 돼 있었다"며 "독립신문에 나온 기록들을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독립군이 봉오동 골짜기까지 이끌어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황해철, 이장하, 마병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인물 캐릭터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서 만들어진 인물"이라며 “홍범도는 워낙 상징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전했다. 홍범도는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했고, 청산리 대첩에서 제1연대장으로 참가한 실존 인물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창조된 독립군 역을 맡은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의 진심이 담긴 캐릭터 연기가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다.
원신연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캐스팅을 처음 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무명의 독립군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고 체력이 뛰어나 이들을 선택했다"며 “세 분이 흔쾌히 응해주셔서 끝까지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거 같다”는 과정을 전했다.
유해진은 “저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가장 큰 숙제였던 거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처음 봤다는 유해진은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저희가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싶었던 점이 잘 나온 거 같다. 감독님이 끝까지 들인 노력이 영화에 잘 담긴 거 같다. 배우들의 노력도 잘 보이는 거 같아 다행”이라며 “저는 칼을 쓰는 역할인데 칼이 되게 무거웠다. 칼을 쓰는 기술이나 기교, 테크닉을 보여주는 움직임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실을지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초 선보인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이후 다시 한 번 일제강점기를 주제로 한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이 작품을 하게 됐다. 배우는 작품을 따라 가는 거 같다”며 “그때는 ‘말모이’에 대한 끌림이 있었고 이번에는 ‘봉오동 전투’가 주는 끌림이 있어서 하게 됐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이장하 역을 맡은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의 촬영에서 세트(촬영)도 있었고 산에서도 하기도 했지만 실제 독립군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나라를 지켰다는 것에 숙연해진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연기를)부끄럽게 봤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잘 담긴 거 같다”며 “저는 이장하라는 인물을 준비할 때 사격, 소총 훈련을 긴 시간동안 준비했다. 이장하가 (황해철, 마병구와 달리)정규 군인으로서 조금은 구별되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적 출신 독립군 역을 소화한 조우진은 “저희 영화는 역사에서 잊힌 인물들을 담고 있는데 저는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했다. 어떤 한 장면이 힘들었다기 보다 영화를 위해 스태프,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뛰고 땀 흘렸다는 게 감동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봉오동 전투’는 어제까지 농사 짓던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독립군이 되어 이름 모를 영웅으로 살아간 과정과 승리를 담았다.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역사 중 하나지만, 독립군이 일본군에 끝까지 저항해 승리를 쟁취한 싸움이 바로 봉오동 전투이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조우진은 “언덕을 40분 동안 올라간 일이 있었다. 배우, 스태프가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장비를 손에 들고 다녔다는 게 감동이었다”라며 “어떤 스태프는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세 번이나 이동해야 했는데, 그런데도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더라. 그런 노력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를 완주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다.
99년 전 대한독립군 역사에 기록된 첫 번째 승리인 ‘봉오동 전투’.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이 역사적인 승리를 쟁취한 독립군으로 변신, 관객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8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