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살릴 건 최대한 살리고, 나머지는 시대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표현했다.”
29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내달 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공배 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된 가운데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이 역사 고증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대한독립군의 전투를 담았다.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의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봉오동 전투는 홍범도가 이끄는 부대가 일본군을 대패시켜 대한독립군의 사기를 진작시킨 독립운동역사에 빛나는 기록이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발생한 청산리대첩과 비교해 역사책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터.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은 “역사 왜곡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을 만큼 (봉오동 전투에 대해)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어야 했다. 정말 많은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역사 왜곡이 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라고 노력한 부분을 전했다. 1920년 독립군이 일본 부대를 봉오동 골짜기 안으로 들어오게 유인하고, 우리 부대는 깊숙한 곳에서 일본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방에서 사격을 퍼부어 일본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독립군은 도망치는 일본군을 끝까지 쫓아가 물리쳤다.
이에 원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 저희 영화는 (다른 작품에 비해)훨씬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적은)자료를 수집해야 했고 모은 자료들이 비로소 채워졌을 때 영화로 내놓을 수 있었다”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벽에 봉착했다. 남아 있는 사료들이 많이 있지 않아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려나 조선시대에 비해 자료가 없다. 항일운동은 일제의 입장에서 축소시키고 은폐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료가 많이 남지 않는 건데, 그럼에도 봉오동 전투의 승리와 그 과정들이 대부분 기록이 돼 있었다. 독립신문에 나온 기록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신연 감독은 “승리의 순간보다 (독립군이 일본군을)봉오동 골짜기까지 이끌어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독립군인 황해철, 이장하, 마병구에 대해서는 “인물 캐릭터 같은 경우엔 여러 가지 다양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라며 “다만 홍범도는 워낙 상징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등장시키고 싶었다”라고 귀띔했다.
고증에 집중했다는 그는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 아까 얘기한 대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그럴 땐 시대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시대를 살리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원신연 감독을 비롯해 황해철 역의 유해진, 이장하 역의 류준열, 마병구 역의 조우진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은 “배우로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을 표현하며)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숙제였던 거 같다”며 “황해철이 칼을 잘 쓰는 인물이지만 저는 기교나 테크닉보다 인물의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오늘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저희가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싶었던 점이 잘 나온 거 같다. 감독님의 끝까지 노력한 부분이 잘 담긴 거 같다”고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은 류준열은 “노력한 부분이 잘 담긴 거 같다”고 유해진의 말에 동의한 뒤 “저는 이장하라는 인물을 준비할 때 사격과 소총 훈련을 긴 시간동안 받았다. 황해철, 마병구와 달리 이장하는 정규군인으로서 조금은 다른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다”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한 지점에 대해 밝혔다.
도적 출신 독립군 마병구 역을 소화한 조우진은 “역사 속에서 잊히는 인물을 담고 있는데 저는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했다”며 “어느 한 장면이 힘들었다기 보다 스태프,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뛰고 땀 흘렸다는 것에 감동했다”라고 영화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8월 16일 첫 촬영을 시작해 올 1월 18일 크랭크업 했다. 이 영화는 국군이 일본군을 격파했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맛보게 하지만,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에 적지않은 감동을 안긴다.
원신연 감독은 “역사 왜곡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을 만큼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어야 했다”며 “(저와 제작진이)정말 많은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역사 왜곡이 되지 않게끔 영화에 담았다”고 표현했다. 8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 watch@osen.co.kr
[영상] 최재현 기자 hyun30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