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6월 봉오동 일대에서 대한독립군의 항일 운동이 활발해진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내세워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의 지형을 이용한 전투 계획을 세운다.
농민 출신 칼잡이 황해철(유해진 분)과 군인 분대장 장하(류준열 분), 황해철을 존경해 따르게 된 도적 출신 마병구(조우진 준)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거친 능선을 뛰어넘고 예측할 수 없는 지략을 펼치는 대한독립군의 활약에 일본군은 갈수록 말려들기 시작한다. 역사에 나와있듯 승자는 우리 독립군.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골짜기에 갇힌 일본군은 대한독립군의 총포에 맞아 패배한다.
“어제의 농민이 오늘의 독립군이 된다”고 말하는 독립군 리더 황해철의 결의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쇼박스)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본 적 없었던 대한독립군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배우 유해진이 맡은 황해철은 평상시에는 장난기 많고 유쾌하지만 포위의 상황에 있을 때는 목숨을 내놓고 희생하는 용감한 인물이다. 역사에 기반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독립군을 향한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과 죽음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도자이자, 유쾌한 리더 해철. 배우 유해진 특유의 매력이 묻어나 심각한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이끈다. “칼 쓰는 기술보다 인물의 감정을 담고 싶었다”는 유해진 표 황해철은 역사책 속 근사한 위엄을 풍기는 독립군이라기 보다 현실에 발 붙인 평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역사책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용기 있는 군인의 모습을 담아 새롭게 창조된 이장하는 배우 류준열의 눈빛과 표정으로 결의를 표한다.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는 류준열은 이장하를 그리기 위해 오랜 기간 사격 및 소총 훈련을 받았다.
류준열의 개성과 매력을 과감히 담아낸 원신연 감독의 뚝심이 고르게 담긴 균형 감각이 인상적이다. 영화 ‘돈’(감독 박누리) 이후 류준열과 또 한 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조우진은 투박하지만 정 많은 마병구 캐릭터를 완성했다.
독립군이 일본군을 봉오동으로 이끄는 여정이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가슴을 울린다. 한국 장편상업영화 사상 처음으로 담은 봉오동 전투는 그간의 시대극 영화가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담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봉오동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가운데 움푹 들어간 평지가 있는 장소를 헌팅한 것도 대단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봉오동 전투’(가제 ‘전투’) 프로젝트의 시작은 약 5~6년 전으로 현 사태와 관계 없이 추진된 영화지만 짙어지는 반일감정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8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