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3인 밴드 옥수사진관이 최근 미니앨범 ‘breeze’를 냈다. 여름철,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 같은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옥수사진관을 [3시의 인디살롱]에 초대했다. 보컬 키보드의 김대홍, 보컬 베이스의 김장호, 보컬 기타의 노경보다.
우선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자. 옥수사진관을 처음 대중에 알린 것은 역시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들의 ‘쉬운 얘기’가 자전거송으로 인기를 끌면서부터. 그런데 이들은 ‘알고보니 고수’였다. 김대홍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1998)과 ‘집으로’(2002)의 음악감독이었고, 노경보는 1998년 제1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였다. 김장호는 안치환 박혜경 서영은 등의 명 세션으로 활약했다.
옥수사진관은 이후 2007년 마침내 정규 1집 ‘옥수사진관’을 냈고, 2014년에 2집 ‘Candid’, 2016년에 3집 ‘dreamography’를 냈다. 그리고 올해 3월18일에 봄 EP ‘춘분’(너무 늦어버렸어, 비 오는 날, Day and Night), 7월9일에 여름 EP ‘breeze’(Breezing Day, 초록밤, 하지감자)를 발표했다. 상쾌한 맞바람이 느껴지는 ‘Breezing Day’는 김대홍, 한 여름밤의 자장가 ‘초록밤’은 노경보, 퓨전재즈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지감자’는 김장호가 각각 작사작곡했다.
= 반갑다. 2016년 3집 이후 올해 3월 EP ‘춘분’까지 공백이 제법 길었다.
(노경보) “3집도 2집 이후 2년만에 내놓았다. 공연을 많이 해서 앨범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김대홍) “전국투어로 바빴다. 2008년에는 좀 쉬었다.”
(김장호) “쉬면서 새 음반을 생각했다. ‘봄에는 움직이자’는 생각에 ‘춘분’을 냈다.”
= 옥수사진관 앨범은 모두 박권일씨가 맡았다. 어떤 인연인가. (박권일 푸른꿈과 별 스튜디오 대표는 국내 레코딩 엔지니어링의 간판 스타. 2007년 고(故) 신해철의 솔로앨범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도 그가 녹음 및 프로듀싱했다.)
(김대홍) “서울스튜디오에 있을 때 처음 만났는데, 서로 결도 맞았고 제 믹스방향과도 맞았다. (옥수사진관)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노경보) “1집 준비할 때 대홍 형이 ‘권일 형 만나보자’라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 지난 5월에는 1~3집이 모두 LP로 재발매됐다. 왜 내게 됐나.
(김대홍) “LP 욕심은 계속 있었다.”
(노경보) “어느날 박권일 대표님이 진지하게 LP 제작을 제안했다. 1~3집을 다 LP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김대홍) “LP 제작을 주저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2, 3집을 마스터링한 엔지니어 버니 그룬드만(Bernie Grundman)이 LP 커팅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디지털 마스터링 음원을 리마스터링해서 (LP 제작의 원판인) 스탬퍼를 미국에서 찍었다. 프레스만 한국(마장뮤직앤픽쳐스)에서 했다.”
= 음질은 마음에 드나.
(김대홍) “제가 생각하는 톤 컬러가 나왔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an)의 ‘The Nightfly’(1982) CD를 갖고 있는데, 최초의 디지털 레코딩 팝 음반인 만큼 당연히 CD가 원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음반을 LP로 들어보니 공간감 자체가 달랐다.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 최근 EP 이야기를 나눠보자. ‘breeze’는 어떤 앨범인가.
(노경보) “여름 음반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3명이 모두 서로 곡 쓰는 것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 각자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름 EP에 어울리게 써보자, 해서 만들게 됐다. 결과물을 보니 통일성이 있었고, 생각했던 옥수사진관 색깔이 나왔다.”
= 그러면 가을에는 또 가을 EP가 나오는 것인가.
(노경보) “가을에는 신곡 3곡을 준비해서 기존 6곡과 함께 정규 4집으로 낼 계획이다. 아마 11월 초에 나올 것 같은데, CD는 안하고 LP만 낼 것이다. 물론 디지털 파일 음원은 나온다.”
(김장호) “연말에는 4집 발매 기념 공연이 있을 것이다.”
= 3곡을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먼저 ‘Breezing Day’. 아, 3곡 모두 신석철씨가 드럼을 쳤다.
(노경보) “1집 때도 신석철 형이 쳤다. 색깔이 잘 맞는다.”
= 처음 등장하는 악기가 뭔가. 그리고 퓨전재즈 느낌이 강하다.
(김대홍) “무그(Moog Synthesizer)라는 아날로그 신시다. 퓨전? 거창한 장르로 접근한 것은 아니고, 아침 점심 저녁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았다. 취미가 등산인데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술 마시는 그런 일상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초여름 등산은 정말 쾌적하다.”
(김장호) “이 곡은 드럼 녹음부터 시작했다. 곡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마치 퍼즐 맞추기 같았다. 완성된 그림이 지금 이 곡의 색깔이나 향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약간 템포가 있는 노래이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 산은 못 보고 연주하고 노래한 셈이다. 다 마치니 산이 보였다.”
(김대홍) “제가 완성된 그림을 (멤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못해준다.”
(노경보) “대홍 형 곡은 형 머리 속에만 있기 때문에 짐작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어느 곡이든 잘 나올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 ‘초록밤’은 어떤 곡인가. 그리고 밤 색깔이 초록이라는 것이 조금은 낯설다.
(노경보) “여름 밤은 초록색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여름이 되면 나무들도 모두 초록색으로 변하니까. 어쨌든 이 곡은 여름밤 이미지를 갖고서 여름자장가 느낌으로 만들었다. 기타 소리를 예쁘게 잡아보고 싶었는데 원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이미지는 어느 정도 잡혔다고 본다. 베이스는 플랫리스를 썼는데, 녹음 당시 일반 플랫 베이스를 쓸까 고민했지만 대홍 형이나 장호 모두 당연히 플랫리스 베이스라고 생각하더라. 슬라이드 느낌, 퍼지는 느낌이 좋다. 어느 시점에서 베이스가 등장하는지도 중요한 편곡 포인트였다.”
(김장호) “제가 (베이스기타로) 뭐를 하려면 못하게 했다(웃음).”
= 이 곡을 듣다 보면 들국화 2집 느낌이 많이 든다.
(김장호) “들국화, 어떤날, 유재하 등 한국적 팝 느낌일 것이다. 우리가 쓰는 곡에 이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다.”
= ‘하지감자’, 무슨 뜻인가.
(김장호) “애정하는 먹을거리 중에 하지감자라고 있다. (음력 5월) 하지 때 먹는 알감자로 독특하고 싱그러운 맛이 있다. 이 곡은 하지를 기다리는 하지감자 이야기다. 화자가 감자다. 나중에 다른 먹을거리인 달걀이나 메밀로도 노래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 중간의 기타 솔로는 누가 쳤나.
(노경보) “제가 쳤다.”
= 3곡 모두 제습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듣기에 몹시 쾌적했다. 역시 옥수사진관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김장호) “음악이 점점 소비재처럼 변해간다. 방송을 위한 음악, 호흡이 짧아지는 음악이 되어간다. 그러나 저희가 어렸을 때는 달랐다.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노경보) “비슷한 생각이다. 정규앨범들을 LP로 내기 전에 작업실에 턴테이블을 장만해 LP와 CD를 비교해 들어봤다. LP를 들을 때 비로소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이게 음악이지’ 싶더라. 우리 음악도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
(김장호) “요즘 따릉이(서울시 공유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이어폰을 꽂고 저희 음악을 들어보면 (스쳐가는) 바람과 빛과 향기와 참 잘 어울린다. 무척 뿌듯하다. 다름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분이 전해지길 바란다.”
(김대홍)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음악을 내면 전국에서 50명만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에 60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kimkw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