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OSEN+] 한국e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나는 구원투수에 불과하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9.07.31 15: 58

1997년 외환 위기는 국내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업종을 바꿔가면서 생존을 모색했다. 당시 LG소프트에 재직했던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은 LG소프트가 LCD제조업체로 업종을 전환하자 변화의 물결에서 모험을 선택했다.
LG소프트에서 유통했던 스타크래프트를 한빛소프트로 가져왔고, 생존을 위해 시도한 모험은 일약 대박이 났다. 스타크래프트는 무려 국내에서 4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국내 게임 시장의 판도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스타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였다.
스타크래프트의 붐업에 힘입어 e스포츠도 함께 태동했고, 자연스럽게 1999년 한국e스포츠를 관장하는 한국프로게임협회가 발족하면서 김영만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김영만 회장은 2000년 21세기프로게임협회로 출발해 2003년 한국e스포츠협회로 명칭을 바꾼 뒤에도 2005년 4월까지 협회를 맡았다.

무려 13년의 세월이 지나간 지난해 12월 김영만 회장이 다시 한국e스포츠협회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삼성 CJ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협회를 박차고 나가고, 사회적 인식이 나빠져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업무를 돌본지 반년 이상 지난 현재 한국e스포츠는 김영만 회장의 지휘아래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실을 다지면서 국제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위상 제고를 위해 “e스포츠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나섰다”고 말했던 취임일성을 지켜가고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구원투수의 역할이었다. 김영만 회장은 무급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의 일을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절대로 소홀하지 않다. 매주 두 번 이상 협회에 출근해 업무를 보면서 만나야할 주요 인사들을 만나왔고, 현안에 대해 실무자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OSEN+는 한국e스포츠의 수장으로 다시 복귀해 지난 6개월을 보낸 김영만 회장의 감회를 들어봤다. 취임 이후 e스포츠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부터 고민을 해왔던 김영만 회장은 e스포츠가 다른 전통 스포츠처럼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점들과, e스포츠 종주국이라 여겨지던 한국의 위상에 대한 고민, 그리고 현안의 답을 구해보려는 노력을 게속 이어가고 있었다. 김영만 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취임 후 100일 때 인터뷰를 하셨고, 지금 그 후로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약속했던 것 중 이룬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매주 이틀씩 협회에 출근해 사무총장 및 팀장들과 해야할 일을 논의해왔다. 프로 리그는 잘 운영이 돼 왔지만 그 외에 프로게임단이나 선수 등 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을 고민했고, 많은 e스포츠 종목사인 게임사들도 두루 만났다. 또한 대한체육회 가맹 관련해서는 올해 3개 지회 설립을 목표했는데, 이미 대전, 부산, 경남, 전남,광주 등이 시도체육회 가입을 완료했고, 현재 가입신청을 넣어두었다.(6월 중순 현재) 울산과 제주, 강원도에서도 긍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준회원이 되려면 9개 지역에서 시도체육회 가입을 해야 하므로,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인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로 내가 돌아와 잘됐다기 보다 적절한 시기에 왔고,또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나는 현안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빨리 추친될 수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풀뿌리 아마추어는 제도부터 잘 정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국회와 논의해야 할 것들을 위한 준비작업도 하고 있다. 실제로 군장병 e스포츠 대회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7월 5월~6일 18개 사단이 참가하는 결승은 인제(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국방부나 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에 맞춰 e스포츠 관련 행사도 이야기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국산 e스포츠 종목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물론 인기 있는 해외 게임들의 흥행을 통해 한국 e스포츠를 풍성하게 하고 있지만, 넥슨의 카트라이더,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등 한국 게임들이 e스포츠로 성장하고 국내외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풀뿌리 e스포츠 사업이나 기존 협회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KeSPA컵 준비 사안도 궁금한데요.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풀뿌리 e스포츠 사업은 교육기관들과도 MOU를 논의하고 있다.학교 e스포츠가 풀뿌리 e스포츠의 근간인데, 게임 중독이나 부정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이르기까지 게임과 교육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e스포츠 관련 온라인플랫폼 방송 제작 분야가 진로상담과 연계되도록 고민하는 중 이다.
KeSPA 컵 또한 중요 사업 중 하나다. 이번 KeSPA 컵을 울산에서 열기도 했는데, 울산이 폴란드의 카토비체처럼 e스포츠를 통해 활성화 되는 것이 목표다. 폴란드의 작은 도시 카토비체가 IEM을 개최하면서 e스포츠 도시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울산은 지난해 시장님이 선거 공약으로 e스포츠를 유치를 내세울 만큼 의지가 강하다. 의지 있는 지자체가 e스포츠 활동을 잘 할수 있게끔 돕는게 e스포츠 풀뿌리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회장님은 예전 게임협회장 시절 중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예고하시면서 주목받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e스포츠시장에서 미래를 위해 대비를 한다면 어떤 점이 가장 시급할까요.
e스포츠가 국내외에서 스포츠로 인정받고,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협회가 국제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오피니언 리더로서 긍정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역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협회 내부적으로는 기본적으로는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함께 아마추어 e스포츠 생태계부터 리그 개최, 스포츠사회 진입 등 과업이 많은데, 협회의 다양한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받쳐줄 수 있는 안정적인 재정확보도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노력하고 있다.
점차 e스포츠 저변이 확대되는 것 같은데, 가장 큰 문제가 협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자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승민 탁구협회장(협회 명예고문 및 홍보대사, IOC 선수위원)과 만났을 때 이야기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e스포츠의 권한이 IP홀더들에게 쏠려 있으면, 공정해야 하는 메가이벤트이기 때문에 정식 스포츠화로 발돋움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협회의 재정자립도가 e스포츠 종목사가 회원사로 들어온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협회가 시스템적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협회가 다양한 e스포츠 스테이크홀더들이 바라는 협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협회의 역할에 대해 여러 주최들과 공감대 형성을 해가는 과정이고, 협회는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협회가 글로벌 단위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논의하고있다. 정부도 만날 때마다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테이블에서 논의하고 싶어한다. 준비를 잘하면 올해는 좀 어려워도 내년 정도에는 기반 마련을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서, 공식 한중전, 한일전 같이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치르는 국가대항전은 협회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류 중 하나다. 한국의 아시아 위상을 위해 한중일전, 혹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대항전 등을 고민하고 있다. 협회의 위상이 도리어 해외에서 더 높아 더 유리한 점도 있다.
IOC에도 리에종 그룹에서 협회를 초대해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에 대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오는 2,3년 동안 협회의 역할이 많다. 이를 잘 수행해야 한국이 e스포츠 메카로서 계속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훗날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점차 인정받는 시기가 다가오면, 기존 스포츠 인사들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내 후임도 관련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취임 때도 밝혔듯이 구원투수의 역할이므로, 계속해서 더 이끌어 주실 분이 왔으면 좋겠다.
한국이 리딩해가는 산업에 대해서는 미디어가 힘을 모아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많은 도움과 관심 부탁드린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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