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분 넘는 시간이 말 그대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정경호와 박성웅은 인간 대 악마로 영혼을 건 계약을 맺고, 계약 만료를 코앞에 둔 채 정경호가 사망 선고까지 들었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첫 방송부터 숨 막히는 전개로 시청자의 시간을 순식간에 삭제했다.
tvN 새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가 지난달 31일 밤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된 '악마가' 1회에서는 주인공 하립(정경호 분)과 모태강(박성웅 분), 김이경(이설 분), 지서영(이엘 분) 등의 첫 만남과 오랜 인연 등이 유기적으로 그려졌다.
하립은 성공한 작곡가였다. 발표하는 신곡마다 차트 1위는 기본, 평단의 호평 속에 해마다 각종 음악 관련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의 소속사 대표 지서영은 이번에도 정상을 차지한 하립의 신곡을 보고 "반전 없어, 재미없어"라고 심드렁하게 굴 정도였다.
다양한 말로 성공의 이유를 포장한 하립이었으나 그의 성공 비결은 따로 있었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이 벗, '영감'"이 그를 찾아온다는 것. 스스로를 행운아라 규정한 하립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덕에 자유롭게 영감을 느끼고 악상을 떠올리며 젊은 나이에 재능을 발휘하고 성공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 전, 하립은 서동천(정경호 분)이라는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무명의 통기타 가수였다. 과거 대학가요제에서 그만의 감성을 인정받아 동상을 수상한 바 있으나, 그마저도 함께 밴드를 이룬 보컬에게 밀려 인기와 영광을 날렸다. 가족도 외면한 채 음악에만 몰두했던 그는 백발과 수염이 성성한 노인이 돼서도 통기타 하나만 들고 음악을 하다 맨홀에 빠져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악마의 대리인을 자처한 또 다른 노인이 나타났다. 흡사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비행기 안을 방불케 하는 공간에 하립을 소환한 대리인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언급하며 서동천에게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을 제안했다. 처음엔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을 앞세워 거부하던 서동천은 결국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재능, 부, 성공, 젊음을 얻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로 계약했다. 무명 가수 서동천이 잘 나가는 젊은 작곡가 하립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에 하립은 악마에게 영혼을 줘야 하는 10년 계약 만료 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악마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송현모 회장을 찾아 십자군 전쟁 당시 착용한 갑옷과 악마가 만들었다는 칼을 들이밀며 영혼을 뺏기지 않으려 마지막 발악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송현모 회장은 하립의 위협을 뒤로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죽음으로 끝내지 않고서는 악마와의 계약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송 회장의 죽음 뒤, 거듭 나타나는 영혼 독촉 고지서를 태우던 하립 앞에 결국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류스타 모태강이었다. 모태강은 톱스타의 인지도를 활용에 하립의 집까지 손님인 양 들어왔고, 하립 앞에서만 "그대는 숨 막힐 정도로 날 갈망했고, 내 얼굴을 보고자 했다"며 스스로 악마임을 밝혔다. 손 대지 않고 사물을 다루고, 하립이 악마와 만날 날을 대비해 모아둔 각종 성물과 기독교 덫조차 가뿐히 피한 그의 모습에 하립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립이 악마에게 순순히 영혼을 뺏기는 게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립은 악마와의 계약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생방송 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뮤즈를 찾아 매달 신곡을 발표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며 일을 키웠고,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찾다가 운명의 단짝처럼 같은 음악을 떠올렸던 김이경을 만나 표절 시비로 괴로워하기도 했다.
심지어 하립의 집에 정체불명의 괴한이 급습해 키우던 반려묘를 죽이고 문 앞에서 하립을 가격해 쓰러트렸다. 자신이 표절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다시 하립의 집을 찾았던 김이경이 쓰러져 피 흘리는 하립을 발견해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끝내 심정지와 사망 선고를 알리는 의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하립이 악마와의 계약 만료일을 코앞에 두고 진짜로 죽음을 맞은 것인지 긴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종잡을 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하립과 모태강의 이야기가 정경호, 박성웅의 브로맨스를 중심으로 흥미를 자아낸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첫방이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