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부족한 사람이지만, 근거 없는 사실로 더 이상 피해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골퍼 케빈 나(본명 나상욱)가 과거 사실혼 파기의 후폭풍으로 불거진 '아내의 맛' 출연 적합성 논란에 소회를 밝혔다. 자극적으로 부풀려 일그러진 골프 영웅의 이면에는 어렵게 심경을 털어놓은 가장의 회한이 있었다.
케빈 나는 7일 장문의 입장문을 보내 이날 오전부터 불거진 과거 사실혼 파기와 사생활 논란에 관한 심경을 털어놨다.
논란은 전날인 6일 밤 방송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케빈 나 부부가 처음으로 등장하며 촉발됐다. 케빈 나는 프로골퍼 최경주에 이어 역대 한국인 골프선수 중 두 번째로 PGA 투어에 진출한 인물이다. 이에 그는 등장과 동시에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케빈 나를 두고 환영과 호기심 어린 관심만 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전 약혼자와 파혼하는 과정에서 '성 파문'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케빈 나와 전 약혼자 A 씨는 2013년 한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만나 같은 해 말 약혼했다. 그러나 2014년 A 씨는 1년 6개월 간 사실혼 관계로 지냈으나 결혼을 한 달가량 앞두고 일방적 파혼을 당했다며 케빈 나와 부모 측에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특히 A 씨는 언론을 통해 "케빈 나가 골프 대회에서 얻은 모든 스트레스를 제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었다. 그가 싫증나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고 주장하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A 씨의 모친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케빈 나와 그의 부모에게 항의했다.
2016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 1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케빈 나와 부모 측에 "A 씨에게 3억 16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케빈 나 측이 A 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만 원과 약혼 과정에서 주택 구임 자급 금액을 포함한 재산상 손해액 1억 69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터. 항소심 재판부는 위자료를 3000만 원으로 낮췄고, 재산상 손해액도 1억 2400여 만 원으로 줄였다. 다만,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재산분할액 1억 6200여만 원을 인정했다.
이에 '아내의 맛' 시청자 일각에서는 케빈 나 부부의 출연이 부적절하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 약혼자가 사실혼 파기 과정에서 제기한 주장들과 상대방 측이 일부 승소한 판결을 볼 때 불특정 다수에게 비치는 방송 출연자의 도덕성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언론은 A 씨의 과거 주장을 '성노예'로 표현하며 이 같은 시청자 반응을 보다 자극적으로 기술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반대로 케빈 나를 둘러싼 의혹은 정확하게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사회문화평론가 최성진은 한 언론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루머를 퍼트릴 경우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각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나와 A 씨의 소송이 형사 소송이 아닌 점도 주목할 만했다. 유, 무죄를 판단하는 게 아닌 손해배상 성격이 강한 가사 소송인만큼 위자료 등의 배상을 진행한 케빈 나에게 사생활을 문제 삼는 게 온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가중되자, 케빈 나는 입장문에서 상세한 심경과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잘못된 사실 관계가 언론을 통해 전해짐에 따라, 가족들과 친지들이 큰 상처를 받고 있기에, 부득이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운을 뗀 그는 "사실혼 파기로 인해 상처 받은 상대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는 사건 당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부모와 입국했으나 상대방이 변호사를 동석해 파혼 의사를 전하게 된 점, 수억 원의 돈으로나마 상처를 위로하려 애쓴 점을 피력하며 '일방적 파기'는 사실과 다름을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상대방 측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고 골프 대회장에서 시위하는 등으로 제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입고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그 과정에서 제 가족 및 친지들 역시 말 못 할 고통을 겪었다. 실제로 법원은 상대방이 사실혼 기간 중 행복한 생활을 했고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했으므로, 성적으로 학대나 농락을 당하는 성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다는 주장은 저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인신공격이자 허위사실임이 분명하다면서, 허위사실로써 심각한 고통을 겪은 제 상황을 고려해 명예훼손 판결로써는 이례적으로 큰 금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케빈 나는 "저는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라 일에도 사랑에도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잊을 만하면 언론 등을 통하여 허위사실로서 저를 비방해도 모든 일이 지나갈 거라며 담담히 버텨왔다. 그러나 이제는 저 역시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내와 아이들이 허위사실로부터 피해받는 것을 막고 이들을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다. 아내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저 역시 부족한 사람이지만 근거 없는 사실로서 더 이상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 가운데 '아내의 맛'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케빈 나가 일부 자극적인 사실을 바로잡고 억울함을 피력한 상황. '아내의 맛' 제작진이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