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섭 “러시아 공연 떼창, 평생 운 다 쓴 느낌” [3시의 인디살롱]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8.07 19: 23

[OSEN=김관명기자] 지난 4월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중심의 한 콘서트홀. 700여명의 현지 팬들이 콘서트홀에 도착한 마이바흐 차량을 둘러쌌고, 검은 선글래스를 낀 한 뮤지션이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마치 아이돌그룹의 해외 콘서트 현장 같았다. 이어 콘서트 내내 해당 뮤지션의 이름을 연호하며 떼창까지 하는 팬들. 바로 싱어송라이터 송원섭(32)의 러시아 공연 현장이었다.
최근 만난 송원섭의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커먼그라운드의 트럼본 연주자로 예전 ‘SNL코리아’를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그다. 7월16일 발매된 싱글 ‘Good Morning’과 관련한 [3시의 인디살롱] 인터뷰 자리였는데, 앉자마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부터 보여준다. 구독자가 20만명이 넘었고, 송원섭 뮤직, 뮤직비디오, 리액션, 커버뮤직 등 다양한 컨텐츠가 업로드돼 있었다. 이중 5월4일 올라온 ‘송원섭 2019 모스크바 콘서트’ 영상을 보면 그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 러시아 팬들로 보이는 댓글이 300개가 넘게 달렸다. 이밖에 ‘러시아를 배우자’라는 컨텐츠도 눈길을 끈다.
=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러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송원섭을 알고 떼창까지 하게 되었나. 또 유튜브는 언제부터 했고, 언제 20만 구독자가 되었나.

송원섭 제공

“유튜브는 지난해 6월에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일이 없었는데, 12월부터 (다른 뮤지션 영상을 보면서) 리액션을 하고 러시아 곡을 커버하면서 갑자기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2000명이나 구독자가 늘어났다.”
송원섭 제공
= 왜 러시아였나.
“2년 전 홍대에서 술 마시다가 10만 러시아 유튜버를 알게 됐다. 내가 찍은 영상이 그 친구 채널에 소개되고 내가 거기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리액션 컨텐츠를 하라는 이야기도 그 친구가 해줬다. 러시아어는 지금 배우고 있다. 현재 구독자의 60%가 러시아, 20%가 우크라이나, 10%가 카자흐스탄, 10%가 벨로루시 키르기스스탄 한국이다.”
= 모스크바 공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러시아 팬들이 자신들이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 모스크바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 왔다. 또 버디야라는 러시아의 100만 유튜버도 자기도 모스크바에 가니까 꼭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서 항공료만 내가 부담해서 4월에 모스크바로 떠났다. 나머지 숙박과 공연장 섭외는 그쪽에서 다 알아서 해줬다. 마이바흐를 대절해서 경호원까지 붙여줬다. 콘서트홀 입구에 도착했을 때 2000명 가까운 팬들이 ‘송원섭’을 연호했다. 이게 꿈인가 싶었다. 내 평생 행운을 다 썼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 송원섭의 어떤 매력이 어필을 했다고 생각하나.
“글쎄… 유튜브 때문에 호감을 갖고 계신 것 같다. ‘귀엽다’는 반응도 있다(웃음). 그쪽에서 호감 가는 얼굴인 것 같다.”
송원섭 제공
= 이제 올해 나온 싱글 이야기를 나눠보자.
#. 이쯤에서 송원섭의 디스코그래피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2012년 브라스 밴드 커먼그라운드에 트럼본 연주자로 합류해 2013년 EP ‘Shake It!’을 냈고, 이후 ‘리얼스멜’(Real Smell)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하다가 2017년부터 송원섭 본명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4월2일 커먼그라운드 EP Shake It!
2013년 5월3일 리얼스멜 싱글 신호등 앞에서
2015년 5월21일 리얼스멜 싱글 내가 나에게
2015년 6월22일 리얼스멜 싱글 의자
2015년 6월30일 리얼스멜 싱글 월요병
2015년 8월19일 리얼스멜 싱글 자전거여행
2015년 9월22일 리얼스멜 1집 Real Smell
2016년 7월14일 리얼스멜 싱글 302
2016년 9월19일 리얼스멜 싱글 Car Kiss
2016년 10월26일 리얼스멜 싱글 오늘밤은
2017년 11월13일 송원섭 싱글 달
2018년 12월26일 송원섭 싱글 별
2019년 3월29일 송원섭 싱글 Sunrays
2019년 6월5일 송원섭 싱글 I Love You
2019년 7월16일 송원섭 싱글 Good Morning
“3월에 나온 싱글 ‘선레이즈’는 크리스 아니막(Criss Animak)이라는 러시아 작곡가랑 작업했다. 소치에 사는 친구인데 트랙을 들어보니 EDM 계열로 좋더라. 그래서 집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입혀 다시 이메일로 보냈고 그 친구가 다시 보완하고 믹싱해서 완성하게 됐다. 6월에 나온 ‘아이 러브 유’는 뮤직비디오를 4월 모스크바 공연 때 찍었다. 러시아 팬 중 타밀라라는 분의 친구가 러시아에서 꽤 유명한 이반 감독이었고 그 이반 감독이 뮤비를 찍었다. ‘굿모닝’은 6년 전에 만든 노래다. 브라스 녹음도 이미 3년 전에 해놓은 것이다.”
= 앞으로 미발매되었던 곡들을 차근차근 발매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음악만으로는 수입이 안 되는 상태라 발매를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이다. 팬들에게 선물을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허무함도 사실 있다. 시장이 달라지기도 했고. 만약 러시아와 유튜브가 없었으면 지금쯤 지방에서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 일단 한 곡 한 곡 들어보자. 먼저 ‘선레이즈’.
“선레이즈(Sunrays)는 팬클럽 이름이다. 이 곡은 팬들이야말로 나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라는 내용이다. 너희들이 나를 만든다, 이런 의미랄까. 피처링한 여성분은 러시아 작곡가의 아내 분이다.”
= ‘아이 러브 유’는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처음 트랙을 받았을 때만 해도 사랑 노래가 아니라 인생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트랙에 잘 붙지 않더라. 한국에서 처음 데모 만들 때 흥얼거린 게 ‘I Love You’였고 그래서 모스크바에서 가사를 쓰고 녹음도 하고 뮤비도 찍고 했다. 이 곡도 크리스 아니막이 작곡했다.”
= ‘굿모닝’은 기타 소리가 참 듣기 좋다. 그런데 재킷에는 왜 ‘귿멀닝’이라고 썼나.
“앨범 재킷은 뮤비 소스를 스크린샷한 것인데 이 작업을 타이푼의 우재 형이 했다. 그 형이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판매할 정도로 디자인 그림을 잘 한다. 그 형이 ‘귿멀닝’이라고 지었다. ‘그냥 귀엽잖아’라는 게 이유였다. 기타는 6년 전 데모를 만들 때 녹음해놓은 트랙이다. 다카미네 기타인데 모스크바 갔을 때 목이 부러졌다. 그래서 지금은 고퍼우드(Gopherwood)라는 한국 브랜드 기타를 쓰고 있다.”
송원섭 제공
= 트럼보니스트인데 기타도 잘 치는 것 같다.
“원래 꿈이 팻 매스니 같은 기타리스트였다. 그러다 대학에서 재즈 트럼본을 전공하게 된 것이고.”
= 말 나온 김에 어떻게 트럼본을 배웠고 또 어떻게 커먼그라운드에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친구들이랑 매일 노래방에 갔다. 그러다 노래를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해서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게 됐고, 김광석 조트리오 노래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가 너무 좋아 노래 대신 기타만 연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기타 실력이 빨리 늘었다. 학원 문 열 때 들어가서 문 닫을 때 나오는 등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이 때 비로소 기타가 언어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군대를 가야 하는데, 기타로는 군악대에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트럼본 티오(TO)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군악대 아카데미에서 트럼본을 배우기 시작, 결국 시험을 봐서 군악대에 입대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병 때까지만 트럼본을 하고 이후에는 기타를 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그러던 어느 날 선임이 트럼본을 잘 연주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했다. 당시 공군군악대 계룡대 본부에서 복무 중이었는데 이때부터 낙원상가에서 25만원을 주고 산 싱글(관이 1개) 트럼본을 열심히 연습했다. 이에 비해 군대에서는 더블(관이 2개) 트럼본을 연주했다. 휴가 때 커티스 풀러의 ‘러브 유어 스펠 이즈 에브리웨어’를 연주해 합격했고, 제대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가게 됐다.”
= 커먼그라운드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트럼펫을 연주하던 한 대학선배가 트럼본 세션이 펑크가 났다며 긴급히 연락을 해 함께 연주를 했다. 그 때 있던 색소폰 부는 형이 나중에 전화를 해서 ‘나는 가수다’ 세션에 나가게 됐고, 이후 트럼펫 부는 또 다른 형이 연락을 해서 ‘SNL 코리아’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커먼그라운드에 연결됐다. 1년 후에 결국 커먼그라운드의 정식 멤버가 됐다. 지금도 (커먼그라운드의 리더인) 중우 형과 가깝게 지낸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본다. 커먼그라운드 덕분에 큰 페스티벌에도 서볼 수 있었다.”
= 송원섭씨가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11월에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한다.”
=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늘 성원하겠다.
“예전 기타를 열심히 치던 시절에 형이 하던 권투체육관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밤 10시에 학원이 끝나면 마을버스 막차를 타고 밤12시에 망우리 체육관에 가서 다시 연습했다. 하루는 빵으로, 다른 하루는 라면으로 때웠다. 군대 가기 전까지 그렇게 보냈다. 지금도 그 때가 생각이 많이 난다. 수고하셨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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