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했을까. 시애틀 매리너스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28)가 모처럼 승리투수가 됐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데뷔 첫 완봉승이다.
기쿠치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9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시애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26경기 만에 첫 완봉승 감격이다.
이로써 기쿠치는 지난 6월2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56일, 9경기 만에 시즌 5승(8패)째를 달성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5.56에서 5.19로 대폭 낮췄다.
기쿠치는 앞선 8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53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이 기간 홈런 13개를 맞으며 시즌 피홈런도 31개로 증가했다. 갈수록 부진을 거듭하자 그에게 호의적이던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7일 시애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비스 감독은 “기쿠치가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고 봤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더 나아질 수 없다”며 “타자들이 그의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명히 봤다.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는 투구폼으로 수정했지만, 이를 고치지 않고 예전 폼으로 돌아간 부분에 실망한 것이다. 변화에 주저한 기쿠치의 의지 문제로 본 서비스 감독의 인내심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시즌 최고 투구로 살아났다. 투구수 96개로 9이닝 무실점 완봉승. 100구 이하 완봉승을 의미하는 ‘그렉 매덕스 게임’에 성공했다. 일본인 투수로는 역대 4번째.
투수코치, 동료 투수들과 상의 끝에 기쿠치는 딜리버리를 간소화했다. 이중 키킹을 없애고 투구 템포를 높였다. 이날 토론토 타선을 맞아 기쿠치는 최고 94.7마일(152.5km) 포심 패스트볼 중심으로 주무기 슬라이더에 커브, 체인지업까지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했다. 삼진 8개 중 5개를 하이 패스트볼로 뺏어낼 정도로 공격적인, 힘 있는 승부가 통했다.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 카반 비지오를 94.3마일(151.8km)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기쿠치는 “미국에 와서 계속 긴장감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은 긴장 풀고 편하게 마운드에 올라 투구에만 집중했다. 최근 들어 생각이 너무 많았다”며 “뭔가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다. 시즌을 단단하게 마무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서비스 감독도 “기쿠치는 매우 재능 있는 투수다. 완봉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계속 배우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