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 매트릭스의 발전은 전통적인 기록 가치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과거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였던 승리는 이제 더 이상 1순위 가치가 아니다. ‘200승 투수’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레인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휴스턴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3승(4패)째이자 개인 통산 200승 달성.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6개팀을 오가며 16년 만에 200승 위업을 쌓았다. 메이저리그 역대 115번째 200승 기록이다.
‘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레인키는 “승리가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1순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승수, 평균자책점 외에도 WHIP, FIP, WAR 등 투수들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록들이 발달됐기 때문이다.
투수의 승리에는 팀의 도움, 한마디로 ’운’이 많이 따라야 한다. 올해 류현진(LA 다저스)이 평균자책점 1위(1.64)로 독보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승수는 12승으로 리그 공동 3위. 평균자책점 3.82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15승)가 류현진보다 3승 더 많다. 지난해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딱 10승을 거두고 사이영상을 받았다.
하지만 200승이란 숫자는 거대하다. 그레인키는 “승리가 1순위는 아니지만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승리가 꼭 최고의 투구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투구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팀 승리 가치 면에선 여전히 투수의 승리는 꽤 의미가 있다.
그레인키는 ‘우승 후보’ 휴스턴 이적 후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승수 쌓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휴스턴과 계약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그레인키는 “좋다. 휴스턴에서 계속 좋은 경기를 이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새 팀에 애정을 보였다.
한편 그레인키의 200승은 현역 투수로는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 251승),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219승)에 이어 3위 기록이다. 사바시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팀 동료 벌랜더와 함께 현역 최다승 투수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