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이 최근 제구 불안으로 인해 부진에 빠졌다.
류현진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9피안타(3피홈런) 7탈삼진 1볼넷 7실점으로 시즌 4패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7이닝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을 1.45까지 낮춘 류현진은 최근 2경기에서 10이닝 11실점으로 부진하며 평균자책점이 2.00까지 급상승했다. 5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내내 지켜오던 1점대 평균자책점도 무너졌다.
류현진과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몸 상태나 구위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제구였다.
류현진은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90.6마일(145.8km)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평균 93.4마일(150.3km), 좌완투수 평균 92.2마일(148.4km)에 모두 미치지 못하는 구속이다. 단순히 구속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날카로운 제구였다. 류현진은 포심, 투심, 체인지업, 커터, 커브를 원하는 코스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많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류현진의 강점이었던 날카로운 제구가 되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양키스는 어느 투수에게나 쉽지 않은 팀이다. 류현진만 특별하게 당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날 류현진의 커맨드는 그리 좋지 않았다”고 평했다.
류현진 역시 “오늘 홈런 맞은 공은 모두 실투였다. 최근 2경기에서는 한창 좋았을 때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은 지난 12일까지 스크라이크 존 섀도우(Shadow,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50%인 코스)에 투구한 비율이 44.7%였다. 이 코스로 들어간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반반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코스이지만 그만큼 타자들이 공략했을 때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려운 코스다.
그런데 최근 두 경기에서는 이 코스로 들어간 공의 비율이 38.2%로 감소했다. 대신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하트(Heart)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웨이스트(Waste)로 들어간 공의 비율(하트 23.3%→27.2%, 웨이스트 6.8%→9.4%)이 높아졌다. 타자들에게 약한 타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은 감소하고 치기 쉬운 공과 아예 볼이 되는 공이 늘어난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 투구 비율 역시 6.1%에서 6.8%로 높아졌다. 특히 이날 경기 5회 1사 만루에서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한가운데 시속 90.4마일(145.5km) 포심은 너무나 안일한 공이었다.
류현진 역시 “만루작전 자체는 괜찮은 결정이었다. 다만 너무 쉽게 승부를 들어갔다. 그레고리우스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좀 더 어렵게 승부를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만루에서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공을 던진 것은 단 3번 뿐이었다. 이전 2개는 지난달 15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는데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부진으로 류현진의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도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쟁자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이 최근 상승세가 대단하고 워싱턴 내셔널스 에이스 맥스 슈어저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류현진이 사이영 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디그롬과 슈어저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점이 평균자책점인만큼 남은 경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복구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앞으로 제구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제구만 된다면 장타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남은 경기에서 좋았을 때의 제구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