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야구는 어쩌나”.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치러진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올해부터 새로 바뀐 규정 중 하나가 대졸 선수 의무 지명이었다. 지난해 9월 KBO 이사회는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 각 구단에 대졸 예정 선수 지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가 고졸 선수 위주로 지명되면서 대학 야구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학 야구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규정까지 도입했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날 지명된 대졸 신인은 모두 18명. 의무 지명 규정이 없었던 지난해 20명보다 오히려 2명이 더 줄었다. 2년 전 18명과 같은 최저 수치. 지난 2013~2017년 대졸 지명자가 각각 41명, 51명, 37명, 38명, 23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18명은 역대급 흉작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관계자는 “대학 야구계의 실망이 클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1차 지명자에 이어 2차 1라운드도 전원 고졸 선수들로 가득했다.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KT에 지명된 천성호(단국대 내야수)가 대졸 선수 중 가장 먼저 뽑혔다. NC는 1라운드부터 9라운드까지 고졸 선수만 뽑다 마지막 10라운드 지명으로 규정을 지켰다.
SK와 한화가 가장 많은 3명의 대졸 선수들을 지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대졸 지명자 3명 모두 투수다. 빠르게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 같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즉시 전력을 필요로 하는 팀들이 대졸 선수들을 많이 뽑았지만 상당수 팀들은 미래를 봤다.
한 스카우트 관계자는 “냉정하게 대졸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프로에 와도 군입대 등으로 몇 년 지나면 30살에 가까워진다. 훨씬 어린 고졸 선수들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론을 펼쳤다. 대학 야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지명 의무화도 무용지물이다.
3명씩 대졸 선수를 뽑은 SK와 한화 외에도 키움, KIA, 삼성, LG이 2명씩, NC, KT, 롯데, 두산이 1명씩 대졸 선수를 지명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