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구단 운영 실패를 선수들에게 돌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롯데는 리빌딩과 세대교체라는 방향을 잡고 있지만, 이 모두 계획이 수립된 가운데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자연스럽게 후폭풍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 30일, 이대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약 16년 만의 1군 엔트리 제외다. 이유는 ‘손목 통증’이다.
공필성 감독 대행은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손목 등 여러군데 좋지 않았다. 그동안 팀 위해 참고 뛰어줬다. 내려가서 컨디션 조절하고 몸 관리 할 필요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행이 되기 전부터 대호에게 휴식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본인 하고자 하는 의지 매우 강하다. 이번 기회에 몸조리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대호의 1군 엔트리 말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21경기, 약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즌인데 그리 큰 부상이 아닌 상태에서 이대호급의 베테랑을 1군에서 제외하는 결정은 흔치 않다. 더군다나 최근 10경기 타격감이 괜찮았다. 타율 3할8푼9리(36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올 시즌 15홈런 86타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5년 연속 20홈런-100타점이라는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있던 상황이었다.
공격력이 뚝 떨어진 가운데, 그나마 이대호가 해준 역할이 있었기에 몇 점이라도 뽑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숱한 비판이 있어도 이대호가 있었기에 롯데 타선도 어느 정도 지탱을 해줬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마저 빠지게 되면 롯데의 공격력은 더욱 급감할 수밖에 없다.
명분은 부상이지만 그 외의 다른 입김이 작용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감독과 단장이 시즌 도중 자진 사퇴를 한 상황에서 구단 최고위층의 영향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새로운 단장으로 혁신적이고 개혁성을 갖춘 인물을 수소문하면서 직접 인터뷰를 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수시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선수단을 운영해야 하는 단장이 없기에 당연히 최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한 야구의 날 사인회 당시 이대호는 사인회 불참으로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기여했고, 그 금메달로 병역특례까지 받은 이대호였기에 야구의 날에 보답을 하지 않은 이대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마땅했다. 구단에서 이대호의 불참시 벌어질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야구의 날 사인회를 통해서 구단이 선수에게 휘둘리며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베테랑의 입김이 센 것은 사실이지만 구단으로서는 부끄러워야 할 상황이다.
결국 구단이 받고 있는 온갖 비난에 대해 이대호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모양새로 해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단은 여전히 통솔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일 수도. 그리고 이에 대해 새롭게 내세울 명분은 역시 리빌딩이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리빌딩이 되지 않았던 팀이다. 리빌딩의 계획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팀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무작정 기회를 준다고 한들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2012년 이대호가 일본 무대로 진출하면서 1루수 4번 타자 자리에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없는 5년 동안 1루 자리의 적임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2017년, 다시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그 공백을 채웠다. 이대호의 공백은 이대호로 채운 셈. 롯데는 그런 팀이다.
재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확실한 방향성을 심어주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의 존재는 없다. 선수의 탓을 하기에는 실패 사례들이 너무 많다. 이젠 롯데의 육성시스템 부재를 비판 하는 것은 입이 아플 지경. 그리고 선수들의 성장에 가장 좋은 촉매제는 승리의 성취감이다. 하지만 현재의 롯데는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다. 그나마 이대호, 그리고 이대호보다 먼저 내려간 채태인 등 경기를 풀어주던 베테랑들이 사라졌다. 계획도 없는 상황인데 승리 없는 패배 의식만 쌓여가는 상황이다. 리빌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리 없다.
이대호의 1군 말소 이후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롯데의 방향성과 계획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명분이 아니라 노골적인 ‘탱킹’이라면 계획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신인 최대어인 강릉고 좌완 김진욱을 품는다고 해도 롯데가 달라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