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롯데. 모처럼 안방에 신선한 얼굴이 나타났다. 선발 포수 데뷔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내며 첫 안타, 타점, 득점, 볼넷을 신고한 정보근(20)이 그 주인공이다.
경남고 출신으로 지난해 롯데에 입단한 2년차 정보근은 9월 확대 엔트리를 맞아 처음 1군에 올라왔다. 4일 사직 삼성전에서 교체로 나와 1타석, 3이닝을 뛰었다. 그리고 8일 대전 한화전에 첫 선발 마스크를 썼다. 롯데가 시즌 팀 최다 8연패에 빠진 상황이었지만 ’곰 같은 여우’는 확실히 달랐다.
경남고 1년 후배인 선발투수 서준원과 호흡을 맞춰 경기를 이끌었다. 직접 모든 사인을 내며 볼 배합을 했다. 안정된 포구를 바탕으로 수비에서 실수 없이 안방을 지켰다. 타격에서도 5회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나가 득점 발판을 마련했다. 7회 1사 1,2루에서는 우전 안타로 타점까지 올렸다.
경기 후 정보근은 “솔직히 주자 있을 때 안타를 치고 싶었다. 자신 있었다. 주자가 있을 때 더 몰입한다”며 “포수는 수비가 우선, 타격은 덤이다. 하지만 공을 맞히는 컨택은 자신 있다. 초구부터 계속 스윙을 돌렸고, 파울이 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공필성) 감독님도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하셨다”고 말했다.
정보근의 공수 깜짝 활약 속에 롯데는 한화를 12-0으로 대파하며 8연패를 끊었다. 첫 선발 포수 경기에서 9이닝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낸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정보근도 “안타, 타점보다 무실점이 제일 기분 좋다”며 “선발 준원이와 고교 시절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빠른 공을 최대한 활용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날 경기 후 선발 통보를 받은 그는 “솔직히 긴장은 됐지만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첫 선발 경기부터 주눅들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대범함을 보여줬다. 듬직한 외모, 무심한 표정을 보면 양의지(NC)가 떠오른다. 실제 그는 학창 시절부터 양의지를 롤모델로 삼았다.
“양의지 선배님을 보고 ‘곰 같은 여우’라고 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잘하시는 게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잘하는 선수다. (2015~2016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시는 모습을 보고 양의지 선배님을 롤모델로 정했다”는 것이 정보근의 말.
양의지도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다. 진흥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2차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에 하위 지명됐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0년 3월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첫 선발 포수로 나서 홈런 2방을 때리며 대형 포수의 탄생을 알렸다.
정보근 역시 지난해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 지명으로 양의지처럼 후순위에 뽑혔다. 양의지처럼 범상치 않은 선발 포수 데뷔전을 치른 정보근은 “선배님처럼 홈런을 친 것은 아니지만 난 완봉승을 했다”며 “이제 1경기 치렀다. 양의지 선배님에 비교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의지 판박이’ 정보근이 진짜 ‘곰 같은 여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 남은 시즌이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