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악물고 열심히 뛰더라”.
LG 내야수 김용의(34)가 10일 청주 한화전을 마친 뒤 마무리투수 고우석(21)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9회말 2사 후 송광민의 1루 땅볼 때 고우석은 전력 질주로 베이스 커버를 했고, 1루수 김용의의 토스를 받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LG의 5-2 승리.
이틀 전이었던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은 달랐다. 당시 2-1로 앞선 9회말 투아웃을 잘 잡은 고우석은 김인태에게 1루 강습 타구를 허용했다. 우측 라인선상으로 빠질 수 있는 타구, 자칫 2루타가 될 수 있었지만 1루수 김용의가 몸을 날려 건져냈다. 그런데 고우석의 베이스 커버가 늦었다. 타자 김인태가 1루로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2-1, 한 점차 리드 상황에서 뼈아픈 실수가 될 수 있었다. 다음 타자 오재원을 유격수 내야 뜬공 처리하며 경기를 승리로 끝냈지만, 투수의 기본인 1루 커버 플레이를 망각했다. 이에 김용의는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면서도 고우석을 향해 “뭐해? 뭐 하는거야?”라며 따끔하게 한소리했다. 승리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김용의는 팀 선배로서 후배에게 애정을 갖고 혼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청주 한화전에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9회말 2사 후 1루수는 김용의, 투수는 고우석이었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고우석의 빠르고 깔끔한 1루 커버로 경기가 끝났다. 이날 경기 후 김용의는 지나가던 고우석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 악물고 열심히 뛰더라”며 농담한 뒤 “잘했어”라고 격려했다. 고우석도 미소를 머금으며 선배의 격려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고우석을 혼낸 것에 대해 김용의는 “고참 선수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은 잘 될 수 있게 방향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며 “주장 (김)현수 혼자서 선수단 전체를 이끌어가기는 힘들다. 나 역시 중간 고참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이나마 현수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 시즌 김용의는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종아리 근육통으로 선발 제외된 김현수 대신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8일 두산전 호수비에 이어 10일 한화전은 1안타 2볼넷 3출루 경기를 펼쳤다. 시즌 내내 1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 우익수까지 팀 상황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옮겨 다니며 깨알 같은 보탬이 되고 있다.
김용의는 “어떤 상황이든 팀이 필요로 할 때 좋은 결과로 팀에 도움이 되면 기분이 좋다. 연차도 10년 이상 됐고,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했다. 타석에선 뭐가 필요하고, 주자 나가선 어떻게 해야 하고, 수비에선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다”고 자신했다.
LG의 가장 최근 가을야구였던 지난 2016년 김용의는 KIA와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기억이 있다. 3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는 김용의는 “신인도 아니고, 가을야구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크게 설레거나 떨리는 것은 전혀 없다.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해서 가을야구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