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또 남매가 이런 생각을 할까요?”
‘국민남매’ 악뮤(악동뮤지션)는 2년 만에 만났다. 오빠인 이찬혁이 해병대 자원입대하면서 잠시 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은 공동전화로 음악을 주고 받고, 편지로 그때의 감정을 주고 받았다. 지난 앨범인 ‘사춘기’가 성장이었다면, 이번 앨범 ‘항해’는 성숙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다.
악뮤는 흔치 않은 남매 듀오다. 현실 남매의 티격태격한 케미스트리는 그동안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청량한 음악 색과 시너지를 발휘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25일) 오후 6시 공개되는 악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항해’는 악동뮤지션이 아닌 ‘악뮤’라는 이름으로 발매하는 전환점이다. 즐거울 락(樂), 아이 동(重)에서 오는 제한된 음악적인 색깔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도 느껴진다.
이찬혁은 지난 2017년 9월 18일 해병대로 자원입대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다를 지키는 해병대라는 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번 앨범명이 왜 ‘항해’인지 알게 한다. 그 말은 즉, 악뮤는 자신의 이야기를 또 한 번 앨범에 담아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청자에게 진실되게 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밤 끝없는 밤’, ‘고래’ 등 바닷내음이 느껴지는 트랙리스트. 이찬혁은 배를 타면서 한달 동안 수첩과 볼펜만 들고 작업에 열중했다.
‘항해’와 함께 첫 소설 ‘물 만난 물고기’까지 들고 온 이찬혁은 이번 앨범 작업에서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한 태가 났다. 이찬혁은 “수현이의 발랄한 면이 악동뮤지션의 색깔에 잘 어울리고 시너지를 냈던 게 사실이지만 저는 그걸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편”이었다며 이번 앨범은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자유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한 것도 말을 하고 있다. 기존의 한국 가요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 소재들을, 하지만 일상 가운데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는 설명.
여기에는 동생 이수현의 배려와 이해도 있었다. 이수현은 “저는 그동안 조금이나마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지만, 오빠는 전혀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많이 맞춰줘야겠다고 배려를 먼저 해주자고 했다”며 맞춰주다 보니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었고 그 과정이 결국엔 악뮤의 것이 됐다는 것이다.
2년 후 재회한 남매는 서로의 성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수현은 “서로 작업하는 것에 있어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오빠보다 제가 더 오빠의 빈자리를 느꼈을 것이다. 저는 솔로앨범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 지금 아직 결과물을 내보이지 못했지만 저는 정말 치열하게 앨범을 만들었다. 오빠의 손을 떠나서 겁도 없이 만들어보겠다 했다가 굉장히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오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계기가 됐다”며 이찬혁에게 사죄의 편지를 썼다고 했다. 이찬혁이 악뮤의 음악을 만들어오면서 어깨에 지었던 짐을 깨달았던 것.
이찬혁은 오히려 그 편지를 받고 이수현을 존경하게 됐다고. 이찬혁이 군입대를 하면서 이수현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참 바쁘게 2년을 보냈다. 현실 남매에 대해 이찬혁은 “남매라는 포지션이 사실 서로 인정해주기 어려운 관계이지 않나. 편지로서 자신의 어려움을 고백하고 그걸 인정하는게 먼저 그걸 해준다는게 되게 고마웠다. 오히려 그 이후로 수현이를 아티스트로 조금 더 존중해주는 계기가 됐다”며 존중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수현은 “어디에 또 이런 남매가 이런 생각을 할까. 이 과정은 부부들이 겪는 과정이더라.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저희가 그걸 하고 있더라. 참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현은 “오빠가 노래를 더 잘하는 것이 제가 작사 작곡하는 것보다 더 빠르겠더라.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나만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있어야 가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됐기 때문에 함부로 작사 작곡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은 아직은 없다. 나중 목표는 전곡 프로듀싱에 이찬혁, 이수현 이름이 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목표이다”며 똑부러진 생각을 전했다.
악뮤의 새 앨범 ‘항해’는 이날 오후 6시 닻을 올린다. / besodam@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