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넘어야 할 산" 벼랑 끝에서 고우석 미래 내다본 류중일 감독 [준PO 현장]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10.09 12: 09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면 박병호라는 큰 산을 넘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LG 트윈스는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첫 2경기를 모두 내주며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 몰렸다. 2경기 모두 끝내기로 패했고, 이 과정에서 마무리 고우석이 무너졌다. 
1차전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9회말 박병호에게 초구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포스트시즌 역대 최소 투구 패전 투수가 됐다. 2차전 역시 4-3으로 앞선 9회말 올라왔지만 2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후 9회말 2사 만루 상황을 자초하고 난 뒤 1차전 아픔을 줬던 박병호를 앞에 두고 송은범으로 교체됐다. 고우석으로서는 뼈아픈 두 차례의 아픔이었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LG 고우석이 강판당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정규시즌 65경기 8승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로 ‘차세대 돌부처’의 칭호를 얻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기세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규시즌의 성공이 포스트시즌에서는 뼈아픈 아픔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우석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에게 여전히 믿음을 갖고 있다. 벼랑 끝에서도 고우석의 미래를 생각했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류중일 감독은 먼저 고우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쉬움, 그리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 등을 복합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고)우석이는 실패를 두 번 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류 감독은 “2차전 끝나고 마지막 인터뷰에 LG의 마무리 10년 이상 책임져야 할 선수라고 했는데, 어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일단 우석이를 두 번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2차전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은범이로 교체를 했다”고 밝혔다. 1차전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은 박병호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또 다른 고민을 했음을 밝혔다. “지고 난 뒤에 생각을 한 것은 고우석이라는 선수가 앞으로 최고의 마무리로 성장하려면 박병호와 대결을 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 삼진이나 안타 맞더라도 끝내기 폭투로 질 수 있고 여러가지 상황이 있지만 그런 생각이 있었다”는 류중일 감독이다.
그 상황을 이겨내야 성장통도 끝낼 수 있고 시련도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지론이었다. 고우석을 강하게 키우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 류 감독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박병호에 대한 트라우마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우석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도 2경기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우석이는 상황에서 쓸 것이다. 동점 상황에서도 쓸 것이고 중요한 상황되면 올릴 것이다”고 굳게 말했다. 고우석에 대한 믿음을 쉽게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이 말 속에는 고우석이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우뚝 서기를 내포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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