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의 충돌 영상을 스웨덴인의 SNS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농담 같지만 진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2승 1무)은 이날 무승부로 2위 북한(이상 승점 7점)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서 7골 앞서며 조 1위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29년만의 평양 원정이었다. 1990년 10월11일에는 북한전 사상 첫 패배를 맛봤는데 29년 만의 만남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북한과 역대 상대 전적에서 7승 9무 1패로 절대 우위를 지켰다.
이날 경기는 북한의 변덕으로 생중계 없이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현지서 문자 중계를 시도했으나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팬들은 침묵 속에서 상상으로 경기를 즐겨야 했다.
중계가 없다 보니 모든 취재진과 한국 축구 팬들은 이 경기가 대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북한 리은철이 옐로 카드를 받았고 나상호가 교체됐다고 AFC(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에뜨자 한 커뮤니티에서는 몸싸움 끝에 부상당했나하고 잘못 추측할 정도였다(실제로는 후반 시작할 때 황희찬과 교체).
심지어 북한은 경기 당일 갑작스럽게 이번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다. 한국과 북한은 텅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가져야만 했다.
경기 후 공식 매치 리포트에는 100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북한 주민들은 들어오지 못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을 비롯해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이러한 VIP들의 존재로 인해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한국과 북한의 경기 영상이 일부 공개됐다. 요아힘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는 자신의 SNS에 경기 영상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하프타임에 들어가며 있었던 한국과 북한 선수들의 신경전 영상도 있었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애들 앞에서 싸우면 안된다! 아 그런데 아무도 없다.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라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했다.
FIFA 회장과 스웨인 대사는 봤지만 한국팬은 볼 수 없었던 경기. 그 경기가 하필 한국과 북한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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