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감독 뽑으려던 롯데, 국내 감독 선회한 이유?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10.27 11: 32

외국인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던 롯데 자이언츠. 후보를 공개하는 등 이례적인 시도를 했지만 결국 롯데의 선택은 국내 지도자였다. 
롯데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3년 10억 5000만원(계약금 3억, 연봉 2억5000만원)의 조건이다.
지난 2007년 LG 2군 코치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지도자 경력 13년 째를 맞이한다. 그동안 타격 테크닉 전수, 선수단과의 소통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허문회 신임 감독의 선임은 파격보다는 ‘정석’에 가까운 선임이다. 10년 넘게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서 조용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자신 만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다만, 롯데는 외국인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만천하에 알리면서 시작한만큼 외국인 감독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결국 국내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은 보기에 따라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지난 9월 19일, 이례적으로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후보에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스캇 쿨바, 래리 서튼 마이너리그 코치가 포함이 됐다. 성민규 신임 단장이 부임한 뒤 곧장 시작한 투명한 프로세스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 절차는 그리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방면의 검증 과정을 거쳤고, 긍정적인 교감도 나눴지만 결국 현실적인 면에서 제약이 따랐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쿨바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감독난, 지도자난에 시달리는 여러 구단들의 감독 인터뷰 후보로도 올라 있었다. 상황이 맞물리면서 롯데보다는 메이저리그 쪽의 연락을 기다리는 방향을 택했다. 무엇보다 계약 금액에서 이견이 컸다. 익숙한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타국에서 지도자 커리어의 모험을 해야 하는데 금액적인 보상은 당연히 따라와야 했다. 하지만 이 금액이 롯데가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지난 2017~2018년 SK 트레이 힐만 전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 코치)가 받았던 2년 총액 16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했다는 후문.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우승,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감독을 맡는 등 지도자 커리어가 더 출중한 힐만 전 감독보다 많은 액수를 요구하며 협상이 틀어졌다. KIA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맷 윌리엄스 감독은 계약 조건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눴던 서튼의 경우 아직은 일천한 지도자 커리어 대신, 지도 철학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통과 데이터 활용 면에서 롯데의 수뇌부를 사로잡았다. 결국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퓨처스 감독직을 맡겼다. 서튼 퓨처스팀 감독의 경우 당초에 퓨처스팀 감독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시작했다는 말도 있을만큼 육성 철학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경우 긴 현장 공백으로 인해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최우선이었던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과 협상이 차례대로 틀어지면서 국내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향을 정했고, 국내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감독대행을 맡았던 공필성 수석코치의 경우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지만, 롯데의 개혁 방향과는 맞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결국 지도자로서 야구계 안팎의 평판을 수소문한 결과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가 적임자로 선정이 됐다. 타격과 소통 능력에 대한 평가가 그리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국 지금의 히어로즈 타선을 있게 만든 숨은 조력자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히어로즈 구단에서 쌓아온 육성 철학과 노하우는 롯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접목시킬 지도자로 허문회 수석코치가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리며 국내 지도자, 그리고 허문회 신임 감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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