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박항서 매직'이 통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대표팀(FIFA랭킹 97위)은 1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67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홈경기에서 응우옌 티엔 린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박항서호' 베트남은 승점 10(3승1무)을 기록하면서 조 선두로 올라섰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태국과 0-0으로 비겼을 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UAE까지 내리 3연승을 달렸다. 최근 A 매치 4경기 무패이기도 했다.
이날 승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했다.
우선 결과를 챙겼다. 베트남은 이날 승리하며 2위 태국(승점 7)과 3점차를 벌렸다. 일본인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이끄는 라이벌 태국을 넘어서면서 박항서 감독의 주가는 더욱 상승했다. 최근 니시노 감독과 장외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이날 베트남의 승리와 태국의 패배는 묘한 대비효과를 줬다.
박 감독은 신뢰도 챙겼다.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 5일 재계약을 맺었다. 박 감독은 지금처럼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맡게 된다. 두 대표팀의 소집 시기가 겹치면 박 감독이 직접 코칭스태프 구성을 할 수 있다.
이날 경기장에는 베트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까지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한수위라는 평가를 들었던 UAE를 보기 좋게 이겨 신뢰감을 안겼다.
상대 수장인 베르트 판 마바이크 감독과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태극기까지 꺼내 금성홍기와 나란히 휘날렸다. 박 감독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이제 신뢰를 넘어 사랑으로 두텁게 자리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이날 승리로 베트남의 미래까지 잡았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티엔 린은 베트남의 차세대 공격수였다. 콩푸엉이 있었지만 박 감독은 과감하게 티엔 린을 기용, 성공했다.
티엔 린은 전반 37분 상대 수비수 칼리파 알하마디의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유도했다. 수비라인을 과감하게 파고 들어 알하마디가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티엔 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반 44분 벼락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무회전이 걸린 공은 상대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긴 후 뚝 떨어져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박 감독의 베트남 감독 부임 후 여러 차례 용병술을 성공시켰다. 베트남 전문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선수들을 발굴, 더 이상 박 감독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날도 마찬가지. 티엔 린은 이번 예선에서 박 감독의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박 감독의 새로운 계약은 내년 2월부터다. 하지만 재계약 후 바로 승리를 따내면서 이미 박 감독의 매직 2기도 함께 시작된 분위기다. 베트남을 이끌며 동남아를 석권, 아세안축구연맹(AFF) 올해의 감독상을 품은 박 감독이 이제는 베트남에 월드컵 본선이라는 선물을 안길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