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 스크린 복귀작 '나를 찾아줘'..더하기 대신 빼기 택한 이영애 [Oh!쎈 리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11.20 08: 31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을 찾는다. 길었던 공백기 동안 잔뜩 쌓였을 욕심에도, 이영애는 절제로 정제된 연기를 완성했다. 그의 관록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제작 ㈜26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6년 전 실종된 아들과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연락을 받은 한 여자가 낯선 마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이영애는 6년 동안 아들 윤수를 찾아 헤매는 엄마 정연 역을 맡았다. 극 중 정연의 시련은 끝이 없다. 아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들 일들이 연속된다. 보는 이도 벅찰 정도다. 

하지만 정연은 모성애에서 비롯된 용기만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풀썩 무너져 내리고 싶은 순간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멈추지 않는다. 아들을 찾겠다는, 그 목적 하나에 정연은 겁도 없이 바지런히 움직인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로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관객을 찾는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복귀작 선택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했을 터다. 이에 이영애는 "작품이 좋아서, 배우로서 욕심이 나서 겁 없이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배우 이영애는 엄마 정연과 닮아 있었다. 이영애는 배우로서, 정연은 엄마로서 두려움을 떨치고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이영애는 이 절실하고 단단한 결심을 흔들리지 않는 연기로 고스란히 풀어냈다. 
극 초반부터 후반까지 정연의 상황은 끝도 없이 변화한다. 이에 따라 그의 감정선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다. 극을 끌어가는 이영애의 연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있던 개연성마저 흔들릴 수도 있는 전개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에서 보여준 이영애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절절한 슬픔을 안고도 담담히 삶을 이어가는 정연과 뜻하지 않게 삶이 붕괴된 후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분노를 토해내는 정연을 침착히 잇는다. 덕분에 정연의 극적인 변화에도 극에 대한 몰입도는 더욱이 높아진다. 
특히 이영애는 정연이 아이를 잃은 엄마라고 해서, 그를 마냥 처연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정연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영애는 정연을 연기할 때 기울인 노력에 대해 "엄마가 되고 나니까 그 감정들이 너무 많이 아프고 슬펐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가지 않고 절제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극 후반부에서 이영애와 유재명이 펼치는 액션 신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영애는 극 중 홍경장으로 분한 유재명을 상대로 격렬하고 처절한 격투를 벌인다. 이영애는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에 신체적으로 우세한 홍경장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정연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촘촘하고 긴박한 액션신을 펼쳐냈다.
자그마치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 원톱 주연물이다. 대개 오랜 시간 쉬고 난 뒤에는 그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기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나를 찾아줘'가 단순히 이영애의 원맨쇼로만 그치지 않을까 생각됐던 이유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나를 찾아줘' 속 이영애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자신을 덜어내고 덜어내서, 극에 철저히 녹아난 모습이었다. 이처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 메시지가 그의 바람대로 관객에게 올곧게 전달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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