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슈메이커(63)는 LA 다저스에서 40년 가까이 마이너리그팀 지도자로 지내고 있다. 2018년 싱글A 감독이었던 그는 시즌이 끝난 후 방출 선수들을 불러서 통보해야 했다. 제임스 털링턴 카터(25)는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슈메이커는 “누구에게나 인생의 길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방출되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당장 계획이 없다. 그러나 털링턴은 뚜렷한 계획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MLB.com은 지난 18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유망주에서 슈퍼 모델로 변신해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임스 털링턴 카터를 집중 소개했다.
올 시즌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윌 스미스, 개빈 럭스, 더스틴 메이와 2016 신인드래프트 동기였던 카터는 21라운드에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대학(UCSB)을 졸업할 때 팔꿈치 수술 후유증이 있었다. 다저스 입단 후 싱글A에서 3시즌 동안 35경기(61⅔이닝)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마지막 2018시즌은 평균자책점 5.06이었다. 결국 방출 명단에 올랐다.
모델로 새로운 방향을 잡은 그는 올 여름 IMG 에이전시와 계약해 모델로 새 출발했다. 최근 패션잡지 'W 매거진'은 카터를 "뉴욕 패션위크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성 모델이었다"고 칭찬했다. 카터는 "때때로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다. (모델 세계가) 정말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카터는 신이 준 외모와 함께 슈퍼모델인 이모의 후광도 있다. 크리스티 털링턴(50), 1980~90년대 슈퍼모델로 명성을 날린 모델계 거물이다. 카터는 이모의 성 털링턴을 미들 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제임스는 마운드에서 평정심이 대단했다. 지금 카메라 앞이나 런웨이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1994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카터는 태어났다. 당시 그의 이모인 크리스티는 린다 에반젤리스타, 나오미 캠벨과 톱3 모델로 각광받고 있었다. 수 많은 광고의 모델이었고 보그 커버를 다양하게 장식했다. 당시 카터는 아기 모델로 크리스티와 함께 캘린 클라인, 앤 테일러의 광고를 찍기도 했다.
그렇지만 카터는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고교 때 야구선수였던 카터의 아버지는 리틀리그 코치로 지냈다. 샌프란시스코 시즌 티켓 보유자로 아들을 자주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으로 데려갔다. 카터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배리 본즈와 관련된 장면이다.
카터는 "2001년 본즈가 맥과이어의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깨는 71호, 72호, 73호 홈런과 통산 715호(베이브 루스 기록 경신), 통산 756호(행크 아론 기록 경신) 홈런을 현장에서 봤다. 본즈의 타격 때 모든 (관중) 카메라가 꺼졌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카터가 태어난 해,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크리스티와 새로운 유니폼 디자인을 함께 했다. 크리스티는 25번 배번에 본즈 대신 털링턴 이름을 새긴 특별 유니폼을 받았고, 밥 브렌리가 사인도 했다. (2001년 김병현이 애리조나에서 뛸 때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인 그 브렌리다) 크리스티는 이 유니폼을 갓 태어난 카터를 위해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카터의 방에는 지금도 이 액자가 벽에 걸려 있다고 한다.
야구 선수로 성장한 카터는 차봇 칼리지에서 최고 94마일(151.3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다승 최다 기록(27승)을 세우며 관심을 모얐다. 조이 루체시(샌디에이고)와 학교 동기인 카터는 두 차례 '올해의 컨퍼런스 투수'를 수상하기도 했다.
카터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의 28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UCSB 진학을 선택했다. 당시 멤버가 화려했다. 2015년 카터가 3학년일 때 딜런 테이트(2015년 드래프트 전체 4번으로 텍사스 지명, 올해 볼티모어에서 빅리그 데뷔), 저스틴 제이컴(볼티모어 5라운드 지명), 쉐인 비버(2019년 올스타전 MVP), 도미닉 마자(2015년 샌프란시스코 22라운드 지명) 등이 선발 로테이션이었다. 카일 넬슨(2017년 클리블랜드 15라운드 지명)이 셋업맨, 카터는 팀 마무리였다.
그러나 카터는 부상과 수술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UCSB에서 13경기(선발 3경기)만 등판했다. 카터는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13개월 재활에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2015년 휴스턴의 27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재활과 대학 생활을 더 하기로 했다.
카터는 "92~94마일의 구속이 수술 후 89~91마일로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UCSB의 역사적인 순간은 함께 했다. UCSB는 NCAA 슈퍼라운드에서 루이빌 상대로 0-3으로 뒤진 9회말 1사 후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승리, 처음으로 '칼리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카터는 이 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카터는 2016 신인드래프트에서 다저스의 21라운드 지명을 받고, 1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를 받았다. 그러나 카터는 수술 후 팔 상태을 고려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는 거의 없을 거라고 스스로 비관적이었다. 그는 "마이너리그 생활이 호화롭진 않았지만, 정말 좋았다. 다저스의 조직은 잘 운영됐고, 지금도 당시 맺은 친구들이 많다. 비록 좋은 피칭을 하고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도 팔 상태는 좋지 못했다. 트레이닝 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8시즌 여름이 끝나가면서, 카터는 괴롭지만 야구 커리어를 쉬어야 할 시간이 왔다는 피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렀다. 싱글A 시즌 후 독립리그인 프론티어 리그에서 몇 차례 더 등판 기회가 있었지만, 카터는 슈메이커의 감독실에서 대화를 한 뒤에 다저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카터는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 평생 야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다른 세계의 문이 열렸다. 카터는 그의 이모 크리스티와 닮은 길을 시작했다. 카터는 교육에 큰 가치를 두고 UCSB에 재등록해 역사학 학위를 이수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중 보건 석사 학위도 땄다. 이후 자선 사업 활동을 위한 준비였다.
카터는 지난 여름 그의 친척들이 있는 뉴욕을 방문했고, 모델 캐스팅 디렉터들과 연결돼 IMG 에이전시와 계약했다. 지난 여름, 모델로서 첫 사진 촬영은 우연히 이뤄졌다. 크리스티가 보그 브라질의 표지 사진을 촬영하는 세트장에, 카터는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위해 찾았다.
랑고 헨지 등 사진 작가들은 크리스티와 카터의 닮은 외모에 놀라워했고, 카터를 즉석에서 스타일링해서 사진을 몇 장 찍기 시작했다. 크리스티는 "그들이 한 시간 동안 사라졌다. 저기 다들 어디갔어. 우리 일 안 해 라고 외쳤지만 카터를 찍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당시 카터를 찍은 사진을 80만명이 팔로어한 인스타그램에 '조카가 세트장을 방문해 쇼를 훔칠 때'라는 제목으로 올려 4만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화제가 됐다.
그렇게 스타가 태어났다. 카터는 이후 첫 번째 잡지 표지 사진을 시작으로 몇 가지 프로젝트 촬영을 했고, 뉴욕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래그&본, 브랜든 맥스웰, 조르지오 아르마니, 필라, 미쏘니, 보테가 베네타 등의 모델로 무대에 올랐다.
카터는 "(모델 런웨이는) 어떤 면에서는 마운드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자신감 있는 워킹이다"고 말했다. 카터는 야구 선수 시절에는 스쿼트, 데드리프트, 프로테인 섭취 등으로 벌크업에 신경썼다. 그러나 모델인 지금은 생선과 야채 식단에 복근 운동을 꾸준히 한다. 몸무게가 98kg에서 77kg로 줄었다. 그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확실히 더 엄격해졌다"고 한숨 쉬었다.
카터는 학위를 이수하기 위해 온라인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여전히 야구의 경쟁을 그리워하고 있다. 모델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그는 여전히 함께 플레이했던, 빅리그 무대에 다가가 있는 친구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배리 본즈는 내 우상이고, 나의 버킷리스트에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슈메이커는 "누군가 몇 달 전에 카터의 사진을 보여줬다. 와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분명한 것은 카터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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