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과 니시노 아키라 태국 감독의 라이벌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치른 아시아지역 월드컵 2차예선 G조에서 태국과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무패행진의 베트남(3승2무, 승점 11점)은 G조 1위를 지켰다. 태국(2승2무1패, 승점 7점)은 3위로 밀려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기 전부터 박항서 감독과 니시노 감독의 라이벌 관계가 치열했다. 태국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을 잡기 위해 지난해 97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의 연봉을 안기며 일본출신 니시노 감독을 영입했다. 베트남 역시 최근 역대최고의 대우로 박항서 감독과 재계약을 맺었다.
베트남과 태국은 장외신경전도 치열했다. 지난 9월 태국에서 치른 월드컵 예선에서 니시노 감독은 베트남 기자들의 태국대표팀 훈련을 차단했다. 두 팀이 서로 염탐을 한다는 '스파이 논란’까지 일었다.
이번에는 베트남 차례였다. 박항서 감독도 태국기자들의 훈련취재를 철저히 막았다. 니시노는 베트남이 지정해준 연습장을 사용하지 않고 한 시간을 돌아서 다른 훈련장을 썼다. 그만큼 보안에 철저한 신경을 썼다. 두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맞잡았지만 눈빛은 매서웠다. 하지만 승부는 이번에도 0-0으로 끝났다. 박항서 대 니시노의 전적은 1승 2무로 박 감독의 우위다.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30일부터 필리핀에서 동남아시안게임(South East Asian games)이 개최된다. 박 감독은 쉴 틈도 없다. 그는 20일 곧바로 호치민으로 이동해 SEA게임에 출전할 U22베트남 대표팀을 지도했다. 라이벌 태국은 SEA게임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베트남에서는 월드컵 최종예선보다 SEA게임이 훨씬 중요한 대회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월드컵은 ‘가면 좋고 못 가도 크게 아쉽지 않은’ 미지의 대회다. 그러나 SEA게임은 동남아시아 최강자 타이틀이 걸린 자존심 싸움의 무대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무조건 우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베트남 최대방송사 K+의 기자는 OSEN과 인터뷰에서 “베트남 국민들이 박항서 감독에게 SEA게임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아무리 박항서 감독이 존경을 받고 있지만, SEA게임에서 우승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 전망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축구가 SEA게임에서 6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정부가 SEA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다. A팀에서 선수 8명이 U22팀으로 간다. 2명은 와일드 카드다. 선수 둘은 결혼해서 애도 있는데 집에 두 달 간 못갔다. 내가 와이프들에게 화상통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불러서 간다고 했다”며 또 다른 우승컵을 조준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