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0) 감독의 성공 뒤에는 묵묵히 노력하는 조력자들이 있었다. 최주영(67) 닥터도 그 중 한 명이다.
최주영 닥터는 지난 2012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으로 활약하며 스포츠의학의 권위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회장도 역임한 그는 지난해 박항서 감독의 부름을 받고 베트남대표팀 스태프로 합류했다. 하노이 현지에서 최 닥터를 만나 박항서 사단 성공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베트남에 왔는지 궁금했다. 최 닥터는 대뜸 "박항서 감독에게 코를 꿰었다. 작년까지 (한국에) 왔다갔다 하다 지금 정착을 했다. 첫 2개월은 정말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들의 풍습에 젖어들고 있다”며 웃었다.
박항서 감독이 최 닥터를 부른 이유는 명확하다. 스포츠의학의 권위자 없이 과학적인 트레이닝은 불가능했다. 최 박사는 "베트남 스포츠의학이 많이 미진하다.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감독님과 20년 인연이다. 적극적으로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한편으로 다시 현장에 불러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 올 한 해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막상 와서 본 베트남은 스포츠의학과 재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최주영 닥터는 "여기 재활분야가 거의 전무하다. 여기 와서 내가 재활을 시킨 선수만 30여 명 된다. 아이들이 굉장히 열심히 한다. 대부분 선수들이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다. 베트남에서 하는 재활에 대해 편안해 하고 굉장히 열심히 따라온다.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양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신체조건이 체질적으로 다르다. 한국인과 베트남인도 차이점이 있다. 최 닥터는 "베트남이 (신체적으로) 더 약한 부분이 있다. 다만 (몸을) 만드는 것은 똑같은 패턴으로 한다.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단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채식위주의 한국식 식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베트남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힘을 내기 위해 필요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수준이었다.
최주영 닥터는 "베트남 선수들 식단 등 건강에 관련된 모든 부분은 감독님이 내게 맡겼다. 한국에서도 대표팀 식단을 맡았었다. 여기서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다. 선수들이 꼭 피해야 할 식단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에너지가 되는 탄수화물이다. 스포츠의학에서 한 접시에 탄수화물 1/3, 단백질 1/3, 나머지 야채와 같이 먹으라고 한다. 베트남선수들에게 그렇게 하라면 쉽게 바꾸기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식단을 해치지 않고 유지하면서 서서히 바꾸는 것”이라 강조했다.
최 닥터의 노력으로 이제 베트남 선수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 선수 최초로 네덜란드리그에 진출한 도안 반 하우(20, 헤렌벤)는 즐겨먹던 쌀국수 대신 스파게티로 식단을 바꿨다고 한다. 유럽선수들과 몸을 부딪친 후 식단관리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 결과다.
최 닥터는 “반 하우는 유럽에 가서 식단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선수들이 이제야 내가 왜 식단을 강조하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보람을 느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