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신문성이 ‘까불이’ 범죄 사실을 털어놨다. 열등감이 만든 괴물 ‘까불이’를 연기한 신문성은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했고, 숨소리조차도 ‘까불이’였다. 소름 끼치는 그의 연기력은 안방 시청자들을 숨 죽이게 했다.
20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에서는 연쇄살인마 까불이(신문성)가 황용식(강하늘)의 유도신문에 자신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다.
연쇄살인마 까불이는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꾹 닫았다. 그러면서도 심신미약, 우발적 살해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으려 했다. 아버지가 입을 열지 않는 사이, 그의 아들 흥식(이규성)의 신상은 모두 공개되고 말았다. 흥식은 “이제 누가 나 출장 부르겠냐”며 옹산을 떠나려고 했다.
황용식은 연쇄살인마이지만 아버지인 까불이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살인자 아버지라도 아버지”라는 말에 까불이는 “걔들이 그렇게 까불어! 그렇게 까부니까 죽는거잖아”라며 범행 동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까불이가 자백한 범죄는 모두 6건이었다. 기름때 묻은 손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본 여성, 자신의 직업을 무시하는 여성, 자신을 깔보는 어린 아이, 우산 한 번 빌려줬는데 ‘똥파리’ 취급을 당해서 등 모든 게 열등감에서 비롯됐다.
최향미(손담비)를 죽인 이유는 동백(공효진)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까불이는 “그러게 배달은 왜 오냐. 팔찌까지 차고”라며 향미의 시체를 옹산호에 던지고 나서 입은 상처를 긁었다. 그러면서 까불이는 동백을 죽이려고 한 이유에 대해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린다. 자꾸 사람을 긁어”라고 말해 소름을 유발했다.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도 까불이는 어쩐지 당당했다.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심신미약, 우발적 범행이라는 ‘감형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하겠다는 황용식의 말에도 까불이는 “용식아. 그렇게 될 거 같으냐”고 코웃음을 쳐 분노를 증폭시켰다.
신문성은 그런 까불이의 심리적 변화를 감정 연기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울분을 토하듯 뱉어낸 첫 살해 동기부터, 범죄를 자백할수록 어딘가 모르게 당당한 까불이, 죗값을 달게 받게 하겠다는 황용식을 앞에 두고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까지 몰입도를 높였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살해 동기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연쇄살인마’ 그 자체였다. 담담하게 자신의 범죄를 털어놓으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모습은 소름을 넘어 분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약 6분 남짓한 분량이었지만 신문성의 ‘까불이’는 시선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그 안에서 까불이의 심리 변화를 촘촘하게 표현해냈다. 어지간한 연기 내공으로는 어설프게 표현될 법한 까불이는 신문성의 살벌한 연기력으로 태어나며 안방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소름 돋는 여운을 남긴 신문성의 ‘까불이’는 이제 법의 처벌만 남겨두고 있다. 신문성이 초지일관 자신은 당당하고, 범죄에 일말의 죄책감도 갖고 있지 않는 ‘까불이’를 만들어낸 만큼 그가 어떤 벌을 받게 될지도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를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까불이’의 범죄 자백과 동백의 어머니의 죽음이 그려진 지난 20일 방송은 시청률 18.1%, 20.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나타냈다.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는 21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