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떠난 자리에 수비형, 새 외인 타자들 '정석보다 변칙' [오!쎈 테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12.26 05: 21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의 첫 번째 조건은 ‘방망이’였다. 팀 구성에 따라 작은 차이는 있지만 대개 타격, 그것도 장타력에 비중을 두고 선발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시즌 외국인 타자 구성이 흥미롭다. 거포들이 떠난 자리에 타격보다 수비와 멀티 능력을 주목받는 선수들이 대거 들어왔다. 커리어에서 한 번도 20홈런을 쳐본 적이 없는 선수들로 외인 타자 영입의 정석은 아니다. 성공한다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패착이 된 변칙으로 남을 수 있다. 
삼성은 연봉 협상 과정에서 재계약이 결렬된 다린 러프 대신 내야 멀티 요원 타일러 살라디노를 9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을 뛰었지만 타격은 신통치 않았다. 대신 내야 전 포지션에 외야까지 커버 가능한 ‘멀티맨’으로 커리어를 이어왔다. 수비력은 빅리그에서도 검증됐다. 

[사진] 살라디노, 마차도, 모터(왼쪽부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트리플A에서 개인 최다 17홈런을 터뜨렸지만 마이너리그 공인구 반발력이 높아진 영향이 없지 않다. 트리플A 통산 타율 2할8푼2리 OPS .826으로 나쁘지 않지만 크게 주목을 받을 수준은 아니다. 내야, 외야 멀티 수비력이 삼성의 야수 운용에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4번타자 러프의 장타력을 팀 전체가 어떻게 메울지 관건이다. 
키움도 일본프로야구 한신으로 떠난 제리 샌즈의 공백을 테일러 모터로 메웠다. 총액 35만 달러로 저렴한 몸값에서 나타나듯 최근 커리어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타격은 아쉬웠지만 메이저리그 3시즌 동안 중견수,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한 수비가 장점이다. 심지어 투수로도 나선 바 있다. 
주 포지션 3루수로 키움의 핫코너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외야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키움의 국내 야수 주전 경쟁에 따라 위치가 바뀔 수 있다.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강타자들이 많은 키움에서 그나마 타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수비력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도 올 시즌 대체 선수로 장타력이 나쁘지 않았던 3루수 제이콥 윌슨과 재계약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 자리에 중앙 내야수 딕슨 마차도를 60만 달러에 데려왔다. 마차도 역시 메이저, 마이너리그 가릴 것 없이 타격은 별 볼 일 없었다. 올해 트리플A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7개)을 쳤지만 공인구 영향이 크다. 
대신 유격수, 2루수로 폭넓은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롯데는 마차도를 주전 유격수로 점찍었다. 신본기가 2루로 옮겨 키스톤 콤비를 이룬다. 내야 수비 안정을 통해 투수력까지 안정시키겠다는 계획. 시즌 내내 센터 라인 붕괴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는 타격의 화려함보다 수비로 내실을 다지려 한다. 물론 이대호, 손아섭 등 중심타자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마차도의 타격에 화살이 향할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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