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이 내년 해외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성적을 거둬야할까.
키움의 주전 유격수이자 리그 최고의 유격수 중 한 명인 김하성은 2020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을 통해 해외리그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KBO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김하성 역시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할만하다.
그렇다면 김하성은 이번 시즌 어느정도의 성적을 거둬야 순조롭게 해외진출을 추진할 수 있을까. 이번 겨울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지만 실패한 김재환(두산 베어스)과 기쿠치 료스케는 김하성이 주목해야할 사례다.
김재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타자다. 2018시즌에는 139경기 타율 3할3푼4리(527타수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OPS 1.062를 기록하며 리그 MVP를 수상했다. 최근 4시즌 동안 131홈런을 때려내며 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메이저리그 구단은 김재환에게 만족스러운 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 김재환이 갑작스럽게 포스팅을 진행했고 지난 시즌 136경기 타율 2할8푼3리(494타수 140안타) 15홈런 91타점 OPS 0.798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김재환의 사례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쌓아왔어도 직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쿠치의 실패 사례는 수비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기쿠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2루수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통산 1047경기 타율 2할7푼1리(4123타수 1117안타) 85홈런 379타점 107도루 OPS 0.70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메이저리그는 중남미 국가들에서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공급받고 있다. 수비나 주루가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면 중남미 선수로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입에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아시아 선수를 수비나 주루를 위해 영입할 필요성은 떨어진다.
김하성은 김재환과 기쿠치의 사이에 있다. 김재환보다 커리어나 파워는 떨어지지만 유격수라는 프리미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기쿠치처럼 빼어난 수비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타격에서는 기쿠치에 앞선다. 또 내년 26세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도 강점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김재환과 기쿠치는 각각 32세와 30세였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팀 선배 강정호는 김하성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강정호는 27세 시즌인 2014년 117경기 타율 3할5푼6리(418타수 149안타) 40홈런 117타점 OPS 1.198로 맹타를 휘둘렀고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며 포스팅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할 수 있었다.
물론 타고투저가 시작됐던 2014년 강정호의 성적을 투고타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김하성이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김하성이 20홈런 후반에서 30홈런 초반대를 기록하며 강한 파워를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 진출 확률은 급상승 할 것이다.
김현수(LG 트윈스)와 황재균(KT 위즈)도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점치는데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김현수는 27세 시즌인 2015년 141경기 타율 3할2푼6리(512타수 167안타) 28홈런 121타점 OPS. 0.979을 기록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에 성공했다.
황재균은 28세 시즌인 2015년 144경기 타율 2할9푼(534타수 155안타) 26홈런 97타점 OPS 0.870을 기록하고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황재균 영입에 관심을 보인 팀은 없었다. 2016년에는 127경기 타율 3할3푼5리(498타수 167안타) 27홈런 113타점 25도루 OPS 0.964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김하성의 KBO리그 성적보다는 타격, 파워, 스피드, 수비 등 툴적인 면을 보고 영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재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소한으로 보여줘야 할 성적은 분명이 있다. 김현수, 황재균의 나이와 성적 등을 고려한다면 김하성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2020시즌 적어도 20홈런 후반대와 OPS 0.900 이상을 기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불가능한 성적은 아니지만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성적도 아니다.
김하성은 “만약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해외진출을 1년 미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김하성이 2020시즌 종료 후 포스팅을 신청했을 때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 궁금하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