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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의 꿈, 감귤로 이뤄볼게요" 오장훈의 '인생 2막' [오!쎈 인터뷰]

[OSEN=이종서 기자] “이름만 보면 야구 레슨장인 줄 알더라고요.”

오장훈(36)은 화려했던 야구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 발 한 발 올라가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절실하게 야구를 했던 선수였음에는 분명했다. 2008년 롯데 자이언츠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그는 2009년 정식 선수가 됐다. 투수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그의 1군 데뷔는 타석에서 이뤄졌다. 타격 능력을 높게 본 롯데는 그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은 오장훈은 2009년에는 타율(.313), 홈런(14개), 타점(71타점)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장타력이 기대되는 타자’였지만, 1군에서의 마지막은 마운드였다. 2011년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두터운 두산 선수층에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15년 투수로 보직을 옮겼다.

9월 3일 창원 NC전. 15개의 공을 던져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난하게 투수 데뷔전을 마쳤다. 오장훈의 1군 마지막 기록이었다. 2016년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지만, 그해 은퇴를 선택했다.

야구공은 놓았지만, 그의 여전히 '둥근 것'을 손에 쥐었다.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와 감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가업이었다.

오장훈은 "많은 선수가 그렇듯 처음에 구단에서 재계약이 어렵다고 했을 때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지도자를 비롯해 선수 은퇴 후 생활에 대해 고민했는데, 제주도에서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있어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인 만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한 덕분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떠난 뒤 다시 돌아온 고향.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생각했던 대로 좋았다. 살기 좋은 곳 같다.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들을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들도 만족스러워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수 시절 자랑하던 성실함은 농사에서도 큰 무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시간은 귤밭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농사는 규칙적으로 할 일이 많다. 쉽게 접근했다가는 낭패 보기가 쉽겠더라"라며 "부모님께서 많이 갖춰놓으신 덕분에 이를 기반으로 공부하고 배워가는 단계다. 한 번이라도 더 가서 가꾸고 물을 뿌리고 관리를 해야 결과가 좋아지니 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고 웃었다.

[사진] 두산 베어스 선수 시절 오장훈 / OSEN DB

그는 "사실 야구를 할 때는 밤새도록 스윙을 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이 많았는데, 농사는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냐에 따라서 어느정도 결과가 오는 것 같다"라며 "운동할 때 마음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운동할 때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장훈이 농사를 시작한 배경에는 아버지의 덕이 컸다. 오장훈의 아버지는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감귤 농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오장훈은 "아버지께서도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하시고 두려움없이 농사를 짓다보니 많은 노하우가 쌓이셨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조언을 구하시기도 한다"라며 "나 역시 아버지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홈런농장'이다. '홈런농장'을 이름을 한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처음에는 이름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이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야구 선수를 했던 만큼, 관련 있게 이름을 짓자고 고민하다가 '홈런농장'을 택했다. 야구할 때 홈런왕이 목표였다. 2군에서는 홈런왕을 했지만, 1군에서는 못했다. 농사로 홈런을 쳐보자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대를 이어 내려온 기술에 성실함까지 갖춰진 만큼, 맛은 보장됐다. 오장훈은 "다른 곳보다 당도가 더 뛰어나다"라며 자신있게 귤과 한라봉을 내밀기도 했다. 실제 '홈런농장'의 감귤과 한라봉, 레드향 등을 맛본 고객들은 어느덧 단골이 됐다. 또한 제주도에 오는 많은 선수들이 잊지 않고 오장훈을 방문해 함께 귤을 까먹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올해에도 십여 명의 선수 및 관계자가 오장훈의 홈런 농장을 찾았다.

오장훈은 "홈런농장하면 싱싱하고 건강한 귤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야구 관계자와 많은 팬에게 선수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맛있는 귤로 보답하고 싶다"라며 "제주도에 왔을 때 야구 선수, 관계자, 팬들까지 모두 와서 농장 구경도 하고 귤 하나 까먹으며 이야기나눌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인생 2막' 목표를 밝혔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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