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신규 FA 전무, 롯데의 프로세스가 곱씹어야 할 ‘잃어버린 10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1.16 13: 01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려야 한다.
화수분의 두산은 예정대로라면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총 9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한다. 이 중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이용찬, 유희관 등 6명이 신규 자격을 취득한다. 팀의 기둥 역할을 하던 선수들 모두 FA 자격을 얻는다. 끊임없이 선수들의 육성을 도모하고 이들을 주력으로 키워낸 뒤 우승 왕조를 구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골머리를 안아야 할 사안이지만 선수 개인으로서는 프로 무대에서의 성취감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반면, 롯데는 두산의 상황과는 정 반대다. 올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는 2017년 4년 150억원 계약을 체결한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가 재자격 신분을 얻는 것 외에는 뚜렷한 신규 FA 자원이 없다. 향후 몇 년을 살펴봐도 민병헌, 손아섭, 안치홍(2021시즌 후) 등 FA 재자격 신분을 얻는 선수들이 전부다. 

LG는 윌슨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를 5-2로 제압했다.  반면 롯데는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 이후 7연패 수렁에 빠졌다.롯데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youngrae@osen.co.kr

구단으로서는 더 이상 전력 유출과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주전급 선수들을 한 번에 대거 키워낸 뒤 이후의 육성 과정은 실패했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실제로 롯데는 최근 약 10년 동안 매 시즌 주전급 선수이자 그리고 대어급 선수들이 잇따라 FA 자격을 얻기 시작했다. 2011년 이대호, 2012년 김주찬(KIA), 2013년 강민호(삼성), 2014년 장원준(두산), 2015년 송승준, 2016년 황재균(KT), 2017년 손아섭, 강민호(재자격), 문규현, 그리고 2019년 전준우까지. 이들은 모두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롯데의 중흥기 때 혜성같이 등장해 주전 자리를 꿰찼고 꾸준하게 활약했다. 이들의 전성기를 구단은 이탈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었다. 롯데의 황금기이지 대권 도전 시기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들이 모두 있을 때 대권은 커녕 포스트시즌 문턱도 아슬아슬했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고 후속 대처는 느긋했다. 이들이 이탈 했을 때에 대한 걱정은 당장의 현실에 외면했다. 돌아온 결과는 비참했다. 김주찬이 떠난 뒤 수 년간 ‘나는 좌익수다’의 좌익수 오디션을 매년 실시했고, 2018년 강민호 이탈 이후 2년 간 포수 문제에 허덕였다.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지성준을 보강했다. 이대호가 2011년 시즌 이후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돌아왔을 때, 주전 1루수와 4번 타자는 다시 이대호였다. 이대호의 1루와 4번 타자 공백은 다시 이대호로 채웠다.
주전들을 위협하고 건전한 경쟁 체제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팀은 정체기를 지나 암흑기로 향해 갔다. 결국 전준우를 마지막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신규 FA 자격을 취득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롯데의 선수 육성 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롯데의 잃어버린 10년이다. 
FA는 선수들에게 최대의 동기부여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미래에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위한 모멘텀이다. FA 선수들에 대한 비용부담 때문에 구단들은 선수들의 FA 자격 취득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의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이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위치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훈장이기도 하다. 구단은 이러한 선수를 바탕으로 궁극의 목표인 최상의 성적에 함께 다가설 수 있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바뀐 뒤 롯데는 프로세스라는 기본이 되는 미션을 바탕으로 육성 시스템과 플랜을 짜고 있다. 단기 계획은 물론 중장기 계획까지 동시에 수립하는 중이다. 성민규 단장은 “내가 팀을 떠나더라도 팀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고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계획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플랜 아래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롯데가 선수 육성에 있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시작점이다. /jhrae@osen.co.kr
1일 오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신임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롯데 성민규 단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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