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모자랐다. 이들이 120분간 발산한 에너지를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원년 멤버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와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아담 램버트가 합류해 활동 중인 밴드 퀸의 이야기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이 개최됐다. 이날 공연은 퀸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와 고 프레디 머큐리를 잇는 보컬 아담 램버트가 꾸몄다.
퀸은 1971년 영국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로, 멤버는 고(故)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존 디콘, 로저 테일러다. 이들은 늘 파격적이고 독창적이었다. 음악에서나 스타일에서나 항상 선구자 격이었다.
70대 록 밴드가 약 2시간의 내한 공연을 한다는 사실조차 이들의 독보적인 행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우려 어린 시선도 존재했다. 퀸의 상징과도 같은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 탓이었다.
특히 퀸의 한국 팬 중 2030세대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입덕'한 경우가 대다수다. 퀸 열풍의 중심이 프레디 머큐리였던 만큼,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 콘서트는 '앙금 없는 찐빵'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이날 공연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왕관 모양의 무대 장식이 들어 올려지자, 붉은 장막이 나타났다. 그 뒤로 등장한 브라이언 메이, 아담 램버트, 로저 테일러는 핀 조명을 온몸으로 받으며 등장했다. 관객들은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들을 환호로 뜨겁게 맞이했다.
첫 곡은 '이누엔도(INNUENDO)'였다. 이어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 '세븐 시즈 오브 라이(SEVEN SEAS OF RHYE)' '킵 유어셀프 어라이브(KEEP YOURSELF ALIVE)' '해머 투 폴(HAMMER TO FALL)'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아담 램버트의 폭발적인 가창력,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녹슬지 않은 연주는 삽시간에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킬러 퀸(KILLER QUEEN)'에서는 아담 램버트의 포텐셜(Potential·잠재력)이 제대로 터졌다. 빨간 부채를 펴든 아담 램버트는 요염한 몸짓으로 무대 곳곳을 누볐다.
퀸은 쉴 새 없이 몰아쳤던 오프닝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서울!"이라고 외친 아담 램버트는 "퀸을 사랑하는가?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하는가? 나 또한 그렇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에게 함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로 공연 2막이 펼쳐졌다. 퀸의 요청대로 관객들은 본격적으로 떼창을 시작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객들의 노래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아담 램버트는 돌출 무대에 설치된 흰색 모터바이크에 앉아, '바이시클 레이스(BICYCLE RACE)'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엉덩이를 흔드는 그의 모습은 생전 프레디 머큐리를 떠오르게 했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는 솔로 무대를 준비했다. 로저 테일러는 '아임 인 러브 위드 마이 카(I'M IN LOVE WITH MY CAR)'를, 브라이언 메이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와 '39'를 선곡했다. 두 노장은 나이를 잊은 듯한 퍼포먼스와 가창으로 고척돔을 달궜다.
무대 연출도 대단한 볼거리였다. 잔뜩 힘을 준 게 분명한 조명과 영상부터 오토바이 등 무대 소품까지 언급하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로 훌륭했다. 수십여 개의 조명은 무대 분위기에 따라 색과 방향을 달리하며,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최대치로 높였다.
특히 '후 원츠 투 리브 포에버(WHO WANTS TO LIVE FOREVER)'는 우주를 연상케 하는 무대 연출로 관객들을 홀렸다. 브라이언 메이는 소행성 위에 서서 기타 독주를 이어갔다. 2만 3천 명이 함께한 고척돔에는 오직 그의 기타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프레디 머큐리의 깜짝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프레디 머큐리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와 앙코르 무대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관객의 매개체는 전광판이었다. VCR 속 프레디 머큐리는 마치 현장에 실존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브라이언 메이의 연주에 맞춰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불러 뭉클함을 선사했고, 앙코르 전에는 "에오!"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부재를 못내 아쉬워했을 팬들에게 최고의 이벤트였다.
공연의 마무리는 '라디오 가 가(RADIO GA GA)'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였다. 관객들은 '라디오 가 가'가 흘러나오자 마치 영국 웸블리에 온 듯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굴렀다. '보헤미안 랩소디' 무대에서는 감각적인 영상 효과와 퀸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돋보였다.
앙코르곡은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와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었다. 브라이언 메이는 태극기 티셔츠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고, 아담 램버트는 왕관을 쓰고 붉은색 금장 재킷을 입은 모습이었다. 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뜨거웠다.
6년 만의 내한 공연이자 첫 단독 내한 공연의 첫째 날이 막을 내렸다. 브라이언 메리와 로저 테일러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노익장을 과시했고, 아담 램버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프레디 머큐리의 빈자리를 착실히 메꿨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효과는 시선을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몸소 입증한 공연이었다. /notglasse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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