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38)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아 설 연휴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것. 이번에도 자신만의 친근하고 밝은 이미지를 살려 관객들에게 호감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보안관’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한층 성장하고 발전한 배정남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기민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국정원 요원이지만 배정남이 맡은 만식 캐릭터는 어딘가 왠지 엉뚱하고 어설퍼 웃음을 유발한다. 동물 가족 영화만의 귀엽고 통통 튀는 톤을 배정남이 책임진 셈이다.
배정남은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때보다 책임감과 무게가 커졌다. 그전엔 몰랐는데 개봉 전에 느끼는 긴장과 불안도 생각보다 크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옛날보다 확실히 여러 감정이 생겼다. (첫 주연작이니)어깨가 무겁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나는 왜 저렇게 밖에 못 했을까, 싶어서 멘털이 무너졌다. 여유가 없고 아쉬운 게 많다. 지금 했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정남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 제공 한국투자파트너스・리틀빅픽처스,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리틀빅픽처스, 제작 리양필름・HJ필름). 내일(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이성민 분)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가족 코미디극.
배정남은 이 영화에서 태주의 후배 만식 역을 맡았다. 만식은 어느 날 갑자기 동물과의 대화 능력이 생긴 주태주를 돕지만 어딘가 살짝 부족한 행동으로 웃음을 안긴다. 배정남은 자신만의 코믹한 이미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망가져도 좋다. 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제가 망가지고 모자라게 보이면 사람들이 웃을 수 있지 않나. (제 일상이든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든) 힐링을 주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저는 단순하게, 무식하게 살자는 마음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고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예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졌다. 차분해진 거 같다.”
배정남의 현재까지 ‘활동 철학’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친근한 배우 겸 모델, 그리고 예능인이다. “사람들이 저를 재미있는 이미지로 보시는데 사실 저도 그게 더 좋고 편하다. 갑자기 표준어를 쓰면 사람들이 어색하게 느낄 거 같고 (캐릭터로서도)확 와 닿지 않을 거 같다"며 “사투리에도 고급 사투리가 있는데 앞으로 고급스러운 사투리를 쓰려고 한다(웃음). 아직까지는 제가 잘 하는 걸 하고 싶다. (배우들 중)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작품에서 표준어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만의 이미지가 있으니까 교정하는 것을 급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사람들이 저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게 맞으니 조금씩 바꿔나갈 거다. 작품들을 하면서 배워나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그는 “제게 엉뚱한 면모가 베이스로 깔려 있지만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한 번에 바꿀 순 없을 거 같고 앞으로 조금씩 보여 드리려고 한다. 앞으로 만날 작품들에서 계속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자신감이 있다”며 “근데 이번 영화에서는 관객들로부터 ‘재밌다’ ‘웃기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 슬랩스틱 코미기다 많아서 제가 ‘초딩의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지난 2009년 방송된 드라마 ‘드림’에 단역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배정남은 영화 ‘시체자 돌아왔다’(감독 우선호, 2012)에서 조연을 맡으며 충무로에 입성했다.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 2013) ‘마스터’(감독 조의석, 2016) ‘보안관’(감독 김형주, 2017) 등의 작품에서 조연을 맡아왔던 그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다.
배정남은 “(영화나 드라마에서)크기가 작든 크든 할 때마다 후회가 많다”면서도 “앞으로 자신 있는 건 계속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왜 저렇게 밖에 못 했는나’ 아쉽지만 많은 공부가 됐다. 이제는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고 잘 해야지 싶다”고 밝혔다.
촬영을 마친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에서도 비중 높은 주연으로 출연한다. “‘영웅’에서는 독립운동가로 나오는데 북한말을 쓴다. 표준어보다 그게 더 쉬운 거 같다”고 말했다.
“‘미스터 주’는 제가 배우로서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전보다 더 나아진 게 보인다’는 말을 해주셔서 저도 그만큼 자신이 있다. 일단 잘 하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못 보여준 게 많아서. 앞으로 개봉할 영화가 많아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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