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웅인이 '99억의 여자' 출연 비화를 고백했다.
정웅인은 23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99억의 여자'는 우연히 현찰 99억을 움켜쥔 여자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정웅인은 99억을 움켜쥔 여자 정서연(조여정 분)을 학대하는 남편 홍인표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소름 돋는 연기와 호평에 힘입어 극 초반 작품을 견인했다. 이에 지난해 '2019 KBS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인표 역을 맡기까지 오랜 고민이 있었다. 정웅인은 "처음엔 안 하려고 했다"고 운을 떼며 "아내도 반대했다. 그전에 밝은 이미지도 했는데 이번엔 부인을 학대 수준을 넘어서 괴롭히는 역할이라고 해서 대본 보고 불편해하더라. 연기자인 내가 봐도 불편했다. 아내한테 얘기했더니 '당신 이제 관리도 해야지. 애들도 커가는데’라고 해서 처음엔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에 제가 어느 식사 자리에 있는데 연락이 와서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연락이 와서 '이건 운명인가?'라는 생각에 결국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웅인은 "다 만나고 보니 조여정, 김강우, 오나라까지 됐다고 해서 배우 조합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확신을 얻은 순간도 밝혔다.
특히 정웅인은 "초반에 드라마라는 게 4회까지는 힘을 실어줘야 하고 주목을 받아야 할 요소가 있는데 지금에 와서 다들 말씀하시는 게 '홍인표가 그걸 담당을 해줬다'고 하시더라. 감독님도 '정웅인이 하니까 그 역할이 납득되고 세더라도 봐지는 게 있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던가, 딸만 셋이니까. 또 과거 시트콤, 코미디를 했던 이력 때문에 감독님은 저에 대한 믿음이 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감독님 말씀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래도 두 자릿수 시청률에 어느 정도 일조를 한 것 같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 덕분일까 후반부까지 정웅인을 지켜보는 마니아 층도 상당했다. 홍인표가 극 중 땅에 파묻혔다가도 살아 돌아오고, 폭탄을 제조하기까지 하는 등 다양한 극적인 상황을 소화하는 모습에 '99역의 남자', '웅봉길' 등 다채로운 별명까지 생겼다.
정웅인은 "'감 잡았어', '죽일 거다'처럼 홍인표에 대해 다뤄지는 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좋은 감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연기자는 이런 거로 먹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감사하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 감독님이 인물에 애착이 조금 있던 것 같다. 홍인표가 나와줘야 긴장감이 있고 씬이 많지는 않아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소독약 뿌리는 것도 없던 건데 감독님과 만들었다. 그런 아이디어도 같이 만들고. 그래서 현장에서 저 역시 신났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대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작품의 결말에 대해 "저는 좋다"고 강조했다. 정웅인은 "홍인표는 살면 안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서연에게 주면서 태우(김강우 분)와 살아서 보낸다는 느낌인데, 과연 홍인표가 살아있었다면 보낼 수 있을까 싶더라. 인표는 '사랑'이다. 그래서 죽었어야만 했다. 그래야 둘을 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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