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다시 한 번 이병헌을 지우고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스크린을 꽉 채우며 관객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완성했다. 눈빛과 표정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느와르 장르에서 또 빛을 발한 이병헌이다.
이병헌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로 설 연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개봉 3일 만에 누적관객 112만 명을 돌파하며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앞도적인 수치로 흥행 질주를 시작하며 지난 12월 개봉해 누적관객 82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에 이어 연속 흥행세를 이어가며 저력을 입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전부터 사전 예매량 10만 장을 돌파하며 관객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지만, 영화는 이병헌의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크다. 이병헌을 비롯해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등 모든 배우들이 열연이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이병헌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압도적이었다. 이전 작품에서의 모습은 완벽하게 지워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은 2인자로 불리며 언제나 박통(이성민 분) 곁을 지켰지만 옛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박통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기 시작하면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는 인물 김규평을 연기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에게 부담스러운 작업이었지만 그는 치밀하게 인물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면 완벽한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클로즈업된 이병헌의 얼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김규평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눈빛과 숨소리, 표정의 작은 변화, 묵직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연기의 깊이가 영화 내내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됐다.
객관적으로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애드리브도 없이 시나리오에 충실해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은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답게 액션보다는 눈빛과 표정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풀어냈다. 영화는 김규평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사실 그는 극중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큰 액션이 없어 관객들에게 그 세밀한 감정 변화를 전달하기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병헌은 응축된 연기로, 눈빛으로 그런 김규평의 심리를 집요하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치밀한 연기로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이며 ‘남산의 부장들’을 웰메이드 영화로 완성해낸 이병헌의 열연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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